[박성희 칼럼] 달콤한 말, 막말, 황당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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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없이 잘살 수 있는 세상 없어…그럴듯한 말은 순간 마취제일뿐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사랑이 떠나가도 가슴에 멍이 들어도/ 한 순간뿐이더라.밥만 잘 먹더라.죽는 것도 아니더라./ 눈물은 묻어둬라.당분간은 일만 하자./ 죽을 만큼 사랑한 그녀를 알았단 그 사실에 감사하자.' 옴므의 '밥만 잘 먹더라'란 노래다.
이 곡의 작곡가이자 MBC '스타 오디션,위대한 탄생' 심사위원인 방시혁 씨가 구설에 올랐다. 참가자의 외모와 패션 센스를 지적했다는 이유다. 노래보다 외모를 더 본다는 네티즌들의 질타에 대해 그는 이렇게 일갈했다고 한다. "가요계는 노래 실력만으로 점수를 매기는 올림픽이 아니다. '잘하고 있다'는 식의 달콤한 말은 아무 도움도 안 된다. "
왜 아니랴.구조조정의 대가로 유명한 잭 웰치는 말했다. "괜찮다, 잘하고 있다고 말해놓곤 갑자기 해고하면 누구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게 뻔하다. 문제를 통보함으로써 개선할 기회를 주는 게 먼저다. GE의 평가제도는 그런 전제 아래 만들어진 것이다. " 치레용 빈 말보다 현실적 기회를 제공하는 게 옳다는 얘기다.
사람은 원래 합리적이 아니라던가. 양약은 입에 쓰다는데도 당장 듣기 좋은 말에 솔깃한다. '너 없어도 살겠지만 그래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를 믿어야 한다는데도 '너 없이 못 살겠다'에 혹한다. 합격만 시켜주시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던 지원자나,잘 봐주면 평생 뒤를 따르겠다던 사람이 약속을 지키는 일이 거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넘어간다.
대문만 나서면 버스 정류장부터 시작해 줄을 서야 하는데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에 위안을 얻고,경쟁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을 숨 쉬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법은 없다. 땅과 하늘을 갈아엎어야 한다며 학생들을 선동하던 이의 딸은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교수가 돼 있고,서울대를 없애야 한다던 이는 타 대학 학부를 나온 자식을 서울대 대학원에 보냈다.
인생의 상한선은 성적과 상관없지만,가진 것이 없을수록 매달릴 수 있는 건 공부뿐이고, 시험만큼 공정한 건 없다. '다들 잘살게 해주겠다'는,애당초 가능하지 않은 말에 표를 던졌던 많은 이들이 4년도 안돼 배신감에 떨면서 이번엔 '고루 잘살도록 하겠다'는 쪽에 표를 던졌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는 '시민생활 최저기준선'을 만들고 사회투자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힘겨운 이들에겐 실로 달착지근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어떻게'다. 세금을 내본 사람,죽도록 일해 기업을 일구고 봉급을 줘본 이들은 안다. 세금과 준조세가 얼마나 아까운지.번 돈을 자꾸 내놓으라고 하면 누가 벌고 싶을지 생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럴 듯한 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을 대변한다는 이들,젊은층과 소통하겠다는 이들의 언어는 거칠고 독하다. 명색이 국회의원이란 이들이 툭하면 직설적을 넘어 노골적이고 천박하기 그지없는 말로 물의를 일으키기 일쑤다. 면책특권을 믿는 건지,본인상만 아니면 알려지는 게 좋으니 어떻게든 주목을 끌자고 자극적인 말을 골라 하는 건 지,선명성을 부각시키려는 건 지는 알 길 없다.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에서 상식이 이겼다'는 말 또한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선거란 많은 이들이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행위다. 안철수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어떤 직원을 뽑겠느냐'는 물음에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뽑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던 그가 자신이 지지하는 쪽을 택하지 않은 이들에 대해 '비상식'이라고 몰아쳤다.
말은 개인과 사회의 수준이요 품격이다. 달콤한 말,거칠고 독한 말,황당한 말이 힘겨운 이들에게 잠깐 동안 위안과 속풀이, 카타르시스를 제공할진 몰라도 진실이 아닌 말,딴 뜻을 품고 겉만 포장한 말은 결국 들통나게 돼 있다. 주류에서 밀려 변두리 웅덩이에 빠져 헤매는 이들에게 해줘야 할 말은 '참 안됐다'거나 '무조건 빨리 나와라'가 아니라 강으로 나가는 길을 찾아 헤엄치라는 것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이 곡의 작곡가이자 MBC '스타 오디션,위대한 탄생' 심사위원인 방시혁 씨가 구설에 올랐다. 참가자의 외모와 패션 센스를 지적했다는 이유다. 노래보다 외모를 더 본다는 네티즌들의 질타에 대해 그는 이렇게 일갈했다고 한다. "가요계는 노래 실력만으로 점수를 매기는 올림픽이 아니다. '잘하고 있다'는 식의 달콤한 말은 아무 도움도 안 된다. "
왜 아니랴.구조조정의 대가로 유명한 잭 웰치는 말했다. "괜찮다, 잘하고 있다고 말해놓곤 갑자기 해고하면 누구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게 뻔하다. 문제를 통보함으로써 개선할 기회를 주는 게 먼저다. GE의 평가제도는 그런 전제 아래 만들어진 것이다. " 치레용 빈 말보다 현실적 기회를 제공하는 게 옳다는 얘기다.
사람은 원래 합리적이 아니라던가. 양약은 입에 쓰다는데도 당장 듣기 좋은 말에 솔깃한다. '너 없어도 살겠지만 그래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를 믿어야 한다는데도 '너 없이 못 살겠다'에 혹한다. 합격만 시켜주시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던 지원자나,잘 봐주면 평생 뒤를 따르겠다던 사람이 약속을 지키는 일이 거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넘어간다.
대문만 나서면 버스 정류장부터 시작해 줄을 서야 하는데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에 위안을 얻고,경쟁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을 숨 쉬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법은 없다. 땅과 하늘을 갈아엎어야 한다며 학생들을 선동하던 이의 딸은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교수가 돼 있고,서울대를 없애야 한다던 이는 타 대학 학부를 나온 자식을 서울대 대학원에 보냈다.
인생의 상한선은 성적과 상관없지만,가진 것이 없을수록 매달릴 수 있는 건 공부뿐이고, 시험만큼 공정한 건 없다. '다들 잘살게 해주겠다'는,애당초 가능하지 않은 말에 표를 던졌던 많은 이들이 4년도 안돼 배신감에 떨면서 이번엔 '고루 잘살도록 하겠다'는 쪽에 표를 던졌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는 '시민생활 최저기준선'을 만들고 사회투자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힘겨운 이들에겐 실로 달착지근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어떻게'다. 세금을 내본 사람,죽도록 일해 기업을 일구고 봉급을 줘본 이들은 안다. 세금과 준조세가 얼마나 아까운지.번 돈을 자꾸 내놓으라고 하면 누가 벌고 싶을지 생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럴 듯한 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을 대변한다는 이들,젊은층과 소통하겠다는 이들의 언어는 거칠고 독하다. 명색이 국회의원이란 이들이 툭하면 직설적을 넘어 노골적이고 천박하기 그지없는 말로 물의를 일으키기 일쑤다. 면책특권을 믿는 건지,본인상만 아니면 알려지는 게 좋으니 어떻게든 주목을 끌자고 자극적인 말을 골라 하는 건 지,선명성을 부각시키려는 건 지는 알 길 없다.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에서 상식이 이겼다'는 말 또한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선거란 많은 이들이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행위다. 안철수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어떤 직원을 뽑겠느냐'는 물음에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뽑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던 그가 자신이 지지하는 쪽을 택하지 않은 이들에 대해 '비상식'이라고 몰아쳤다.
말은 개인과 사회의 수준이요 품격이다. 달콤한 말,거칠고 독한 말,황당한 말이 힘겨운 이들에게 잠깐 동안 위안과 속풀이, 카타르시스를 제공할진 몰라도 진실이 아닌 말,딴 뜻을 품고 겉만 포장한 말은 결국 들통나게 돼 있다. 주류에서 밀려 변두리 웅덩이에 빠져 헤매는 이들에게 해줘야 할 말은 '참 안됐다'거나 '무조건 빨리 나와라'가 아니라 강으로 나가는 길을 찾아 헤엄치라는 것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