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은 글로벌 재정위기 속에서 돋보인 한국의 대외 및 재정 건전성 덕분으로 풀이된다.

우선 대외 건전성 부문을 살펴보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10월 3110억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월(2432억달러)보다 28% 증가했다. 단기적인 자본 유출에 대응하는 데 충분한 수준이라는 게 피치의 평가다. 총 외채 대비 단기 외채 비율이 2008년 9월 51.9%에서 지난 6월 말 37.6%로 떨어져 질적인 측면에서도 안정성이 높아졌다. 은행의 단기 외채도 같은 기간 1594억달러에서 1161억달러로 27% 감소했다.

재정 건전성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 통합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4% 흑자를 기록해 2009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전 세계 6개 국가 중 하나였다. 향후 전망도 밝아 2011~2015년 중기재정 운용계획을 보면 관리대상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보장성기금 제외)는 올해 GDP 대비 2.0% 적자,2012년 1.0% 적자에서 2013년에는 균형을 달성할 전망이다.

피치는 또 한국 수출 기업들의 높은 경쟁력과 탄력적인 환율제도가 경제 회복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은성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번 전망 상향은 한국이 중국 및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기 이전 상황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떨어진 상황에서 얻은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는 평가다. 등급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 이르면 6개월,통상적으로는 1년 내외에 등급 자체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년께 한국의 신용등급이 AA-로 한 단계 오르는 것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피치는 한국의 등급 상향 조건으로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657억달러 상당의 외채에 대한 대응,가계부채,재정 건전성의 지속 가능성 등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의 향후 평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P와는 지난달,무디스는 지난 5월 각각 연례 협의를 마친 상태다. S&P는 다음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무디스는 현행 등급을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