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SI 20년] 고객감동 넘어 '성장 나침반'으로
지난 20년간 이어져온 KCSI(Korean Customer Satisfaction Index·고객만족도) 조사의 가장 큰 성과는 모든 산업의 서비스와 제품이 질적으로 높아질 수 있는 계기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고객만족경영’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쓰인 것은 지금부터 20년 전인 1990년대 초반의 일이다. 이전에도 고객을 중시하는 경영은 있었지만 1990년 이전만 해도 시장은 생산자 중심이었다. 따라서 당시의 고객 중시에 관한 개념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들어 시장환경은 빠르게 변화했다. 한국 시장도 소비자가 주도권을 갖는 선진국형 산업구조로 바뀌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장 패러다임에 변화가 온 대표적인 산업은 가전산업이었다. 주요 가전제품의 가구당 보급률이 90%를 넘다 보니 초기 구매보다는 교환 구매나 반복 구매 시장 규모가 커졌다. 이런 시장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경영전략이 바로 고객만족 경영이다. 신규 고객을 창출하기보다 기존 고객에 초점을 둬 경쟁사보다 높은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장의 변화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할 무렵인 1992년,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가전제품을 비롯한 12개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KCSI 조사를 실시했다. KCSI 조사는 당시 일본이나 미국에서 도입하기 시작한 CS 개념을 벤치마킹해 한국적 상황에 맞는 조사 모델로 만든 것이다.

KCSI 조사는 국가 산업 전체에 대한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ACSI(American Customer Satisfaction Index)’ 조사보다 2년이나 앞선 것이다. 당시만 해도 고객만족도라는 이름으로 수행한 조사가 전무해 언론을 통해 공표되는 조사 결과는 큰 관심을 끌었다.

KCSI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국내 대표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고객 만족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1993년에는 LG그룹의 LG건설과 LG전자가 CSI 조사를 시행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질(質)경영’ 선포와 함께 전 계열사가 1994년 초 삼성경제연구소 주관으로 CSI 조사를 실시하면서 그 결과를 질 경영의 성과지표로 삼기 시작했다.

특히 KCSI 조사를 통해 산업별 1위 기업을 발표하기 시작한 1994년 이후 CSI 조사의 개념이 산업계에 퍼지면서 다수 기업들이 CSI 조사를 도입했다. 현재는 시장조사의 40% 이상이 CSI 조사와 모니터링으로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확산된 상황이다.

KCSI 조사 대상도 1992년에는 12개 산업뿐이었지만 지금의 KCSI 모델로 바뀐 1996년 15개 산업을 조사한 이후 1997년 44개, 1999년 74개, 2002년에는 100개 산업을 매년 평가하며 대상 산업 수를 늘려 왔다. 이에 따라 내구재 제조업, 소비재 제조업, 일반 서비스업, 공공 서비스업 등 국내 전 산업에 걸쳐 조사를 진행하며 산업의 질적 성장을 유도하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20년간 수행해온 KCSI 조사는 모든 산업에서 서비스와 제품이 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는 계기를 제시했다. 특히 서비스 산업에서의 질적 향상과 공공·행정 부문의 서비스 혁신 성과가 컸다.

산업사회가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KCSI와 같이 산업의 질적 성장 정도를 평가하는 도구가 있었기에 성과는 더 클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외환위기 때 고객 지향적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KCSI 상승과 함께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KCSI 조사 결과가 시장의 전반적인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고 보다 고객 지향적인 기업으로 변모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다.

KCSI 조사 결과가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KCSI가 기업이 생산한 최종 결과물(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만족 정도를 고객으로부터 직접 평가받아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CS 경영 20년의 역사는 많은 변화를 거쳐 발전해 왔다. 더 많은 변혁이 예고된 앞으로의 20년, KCSI는 지금까지처럼 지속적으로 산업 전반과 기업들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KCSI 20년] 고객감동 넘어 '성장 나침반'으로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