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의 대형 뇌관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가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7일 장중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사진) 사퇴설도 불거져 나왔다. 집권 연정에 참여한 하원 의원이 당적을 옮기는 등 베를루스코니의 정치 기반도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사퇴설

베를루스코니 총리 사퇴說…이탈리아 정국도 '안갯속'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베를루스코니가 사임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밀라노에서 가족과 지인들을 만나 사임 문제를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현지에서는 베를루스코니가 늦어도 화요일까지 사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베를루스코니는 그러나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임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사퇴설이 나온 것은 8일(현지시간)로 예정된 긴축재정안 통과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집권 자유국민당(PDL) 소속 의원들 중 최근까지 3명이 탈당했다. 이에 따라 전체 하원 의석 630석 중 집권당 의석 수는 과반에서 1석 모자란 314석으로 줄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전했다.

긴축재정안이 부결되면 총리 신임투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야당은 오는 10일 총리 불신임 동의안 제출을 계획 중이다. 지난달에도 하원에서 긴축재정안이 부결되면서 내각불신임 투표로 이어진 적이 있다. 로이터통신도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늦어도 화요일 오전까지 사퇴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이름을 조합한 '메르코지'가 베를루스코니의 사임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불안감 커져

이에 따라 시장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6.676%까지 치솟았다. 이탈리아가 유로존에 가입한 이후 최고치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7%까지 오를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달하는 공공부채를 지고 있는 이탈리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탈리아 정치권의 혼란이 가중된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을 중단할 의사를 밝히면서 이탈리아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식시장은 베를루스코니 사퇴설에 출렁였다. 하락세를 보이던 유럽 주가가 잠깐 상승세로 반전하기도 했다. 시장은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이탈리아 위기 해결의 걸림돌로 보고 있는 셈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