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 사회의 압도적인 빈부격차는 세금으로 인해 발생한 게 아니다. " "케인스는 정부의 개입이 기업의 단기 정책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이해한 사람이었다. "

그레고리 맨큐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사진)가 최근 며칠 새 자신의 블로그(http://gregmankiw.blogspot.com)에 남긴 글의 일부다. 지난 2일 자신이 강의하는 하버드대 경제학입문(ec10) 시간에 70여명의 수강생이 "보수적인 맨큐 교수가 탐욕스러운 신자유주의를 정당화한다"며 수업을 거부한 데 대한 '지적(知的) 반격'이다.

맨큐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최대 수강인원(700명) 과목인 경제학입문 강의를 1980년대 중반부터 담당해온 신자유주의의 대표적 학자다. 하지만 최근 반(反)월가 시위에 동조하는 학생들이 "여러 경제학 모델의 결점에 대해 비판적으로 토론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강의가 자본주의 옹호로만 편향됐다"며 지난 2일 일부 학생들이 강의시간에 퇴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에 맨큐 교수는 시위 당일 블로그에 "'월가점령'운동이 마침내 경제학입문 강의까지 덮쳤다"며 "때마침 소득 재분배를 가르치던 시점이었는데 시위대가 강의를 듣지 않아 유감"이라고 의견을 밝힌 데 이어 조목조목 시위대의 주장을 반박하는 포스팅을 남기고 나섰다.

'소수 지배층 교육하기'란 제목의 글에선 학문적 라이벌이자 '진보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를 비판하는 형식으로 시위대 주장을 공박했다. 맨큐 교수는 "크루그먼은 미국 사회의 불평등이 커진 것은 1%의 소수 지배층이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크루그먼 교수가 고등학교만 졸업했다면 고액의 강연료 수입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라는 명성을 보유한 1%의 삶이 가능했겠느냐"고 꼬집었다. 미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교육을 통해 기회의 균등을 제공하며,이것을 통해 신분상승이 가능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또 '1%'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평가되고 있고 비판 또한 지나치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시위대가 "신자유주의와 주류경제학이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케인스가 오바마의 의료개혁을 봤다면'이라는 제목의 포스팅을 통해 반박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하더라도 개혁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워 기업을 소극적으로 만들고 경기회복을 어렵게 만든다"는 케인스의 글을 인용,시장자율을 중시하는 주류 경제학 자체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항변했다.

앞서 맨큐 교수는 하버드대생들의 수업 거부 사태와 관련,라디오 방송인 NPR에 출연,"미국 사회 빈부 간 격차는 1970년대부터 꾸준히 벌어져 온 것"이라며 "부시 정권과 클린턴 정권에서 세금정책은 비슷했지만 소득격차 확대폭은 큰 차이가 났듯이 빈부격차는 여러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부유층에 대한 과세비율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빈부격차 확대 추이에는 거의 영향을 못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