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SK그룹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SK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유일한 후보로 꼽히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라는 '대형 악재'에 맞닥뜨렸다. 10일로 예정된 본입찰 불참 가능성도 나온다. SK 고위 관계자는 8일 "검찰의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으로 하이닉스 인수를 포함한 그룹 경영 현안 대부분이 올스톱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전했다.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일정대로 하이닉스 매각 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채권단은 이와 관련,하이닉스 이사회 등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지난주 비공개 설명회를 열어 SK텔레콤에 단독 입찰 자격을 주기로 결정했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 "검찰의 압수수색은 최태원 회장 개인의 비자금 관련 수사로 알고 있는 만큼 현재로선 본입찰 일정을 바꿀 계획이 없다"며 "수사 때문에 SK텔레콤의 입찰 자격을 박탈하는 것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수 희망 기업 대주주의 법률 위반 때문에 입찰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어떤 형태로든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 관측이다. 이번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경제논리로만 따지면 검찰 수사와 관계없이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해도 문제가 없지만 국민 정서를 감안해야 한다"며 "채권단도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K 내부에서도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하이닉스 본입찰 참여와 검찰 수사는 별개의 사안이란 게 공식 입장이지만 고민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최 회장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불확실성이 커져버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 수사와 무관하게 하이닉스 인수에 실익이 없다는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SK텔레콤이 본입찰에 참여하더라도 인수가격 부담 때문에 발을 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이닉스 주가는 SK텔레콤이 예비실사를 진행한 지난 9월1일 1만9200원에서 이날 2만3000원으로 20%가량 올랐다.

이태명/윤정현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