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만화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말무사)》(월드김영사 펴냄) 1~2권을 동시 출간한 허영만 화백(64 · 사진)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칭기즈칸 이야기를 한 번쯤 하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말무사'는 허 화백이 1974년 《각시탈》과 1982년 《쇠퉁소》 이후 30년 만에 그리는 정통 역사만화.첫 구상에서 취재와 작업까지 10여년이 걸린 대작이다. 지난해 10월부터 한 인터넷 포털에 연재하고 있다. 2년 뒤 총 12권으로 단행본을 완간할 계획이다.
'말무사'는 정복자의 그저그런 영웅담이 아니다. 허 화백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초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인간 칭기즈칸'에 초점을 맞췄다.
"너무 많이 알려진 인물이라 어려웠어요. 알려진 대로 옮기면 '재탕'하는 거잖아요. 다른 방법으로 전달할 수 없을까 고민했고,연구에 시간이 걸렸어요. "
몽골 현지 취재는 세 차례 했다. 테무진(칭기즈칸의 아명)의 탄생지 다달솜,성장기를 보낸 오논강가,칭기즈칸을 있게 한 역사적 장소 발주나호수 등을 꼼꼼히 취재했다. 처음에는 칭기즈칸 관련 유물이나 유적이 없어 애를 먹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엮고 만화로 그리기에는 오히려 자유로웠다. 작가로서 그의 생각을 녹여낸 부분은 40% 정도.잘 알려진 칭기즈칸 이야기 줄거리 사이사이를 픽션으로 채웠다.
"몽골 역사는 간단하게 언급된 부분이 많아요. 칭기즈칸의 후계를 정하는 큰 문제도 슬쩍 넘어가죠.중간중간 기록이 없는 시기도 있고요. 이책 저책 기록이 다르기도 합니다. 문자가 없어 구술로 역사가 전해지던 시기였으니까요. 이야기를 끼워넣을 게 많은 까닭이죠.거기에 이렇게 됐을 것이다 하는 내용의 픽션을 집어넣었어요. "
허 화백은 처음 '말무사'를 그리면서 소설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힘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4만 군사의 전투 장면을 그리려고 해봐요. 열 명이 그려도 모자라죠.소설은 단 한 줄, 4만명이 싸웠다고 쓰면 되잖아요. "
허 화백은 칭기즈칸의 삶 속에서 누구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필요한 무언가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생존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숙명이지요. 칭기즈칸은 마땅한 통신 및 교통수단이 없던 시대에 어떻게 그리 넓은 제국을 통치했을까요. 일단 살아남아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칭기즈칸은 작은 것이 아니라 큰 덩어리를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인 것 같아요. "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