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은 내년 3월 서울 회의를 앞두고 최근 큰 고민거리를 하나 해결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전 세계 50여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이런 점에서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 못지 않은 큰 행사지만 '핵안보'라는 무거운 주제 탓에 국민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 걱정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홍보대사를 활용키로 했다. 기획단은 지난달 전문가,언론인 등 정책관련자들로부터 후보를 추천받아 한 달여간의 검토 끝에 배우 장근석 · 가수 박정현 씨를 홍보대사로 선정했다. 기획단 관계자는 8일 "박씨는 재미교포 출신으로 글로벌하고 밝고 건강한 이미지가 회의 성격과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장씨가 선정된 데는 이번 회의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회의의 주요 이슈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장씨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며 신한류 붐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측의 관심을 불러모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홍보대사는 각 기관 · 행사의 얼굴이다. 행사의 의미와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보다 국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는 연예인이 '0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연예인들의 입장에서도 홍보대사는 매력이 있다. 정부기관,국제행사 홍보대사는 자신의 이미지에 무게감을 더하고 향후 이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수 윤형주 씨는 2008년 법무부 홍보대사가 돼 법무부 CM송도 직접 만들 정도로 애정을 갖고 활동했다. 이 때문인지 대사직을 그만둔 지금도 자신의 직함 중 '대사'로 불리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의 홍보대사로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를 꼽는 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 한 정책홍보 관계자는 "김연아 선수는 국제무대에서도 주목도와 관심도가 다른 인사들과 확실히 다르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홍보효과가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김연아 선수는 축구선수 박지성과 함께 지난해 G20 정상회의의 얼굴로 등장했고,평창동계올림픽유치 땐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다.

가장 많은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인물은 영화배우 정준호 씨다. 그는 2009년부터 3년째 통일부 홍보대사를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남 김해시 등 20여개가 넘는 단체 · 기관의 홍보대사직을 갖고 있다. 정씨의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이전부터 하던 홍보대사직 20여개 외에도 개인적으로 하는 활동이 있어 정확히 몇 개나 되는지 모른다"며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서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MeFirst' 사업에 영화배우 박진희 씨를 내세웠고 탤런트 한효주 씨는 국세청,그룹 2NE1은 법무부 홍보대사를 맡고있다. 그룹 티아라 멤버 은정은 경찰 전 · 의경 홍보대사를 맡고있고 한국공항공사는 그룹 포미닛,비스트,가수 지나를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홍보대사를 모시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갈수록 높아지는 연예인들의 몸값 때문이다. 홍보대사 상당수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일부는 보수를 줘야 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식 세계화 사업을 준비하면서 해외파 유명인 몇 명을 소개받아 접촉했지만 양측이 제시하는 금액이 맞지 않아 몇 달 동안 협상하다가 결국 무산됐다"며 "연예인의 파워가 얼마나 센지 실감했다"고 말했다. 행사나 사업의 취지에 잘 맞지 않더라도 '일단 인기 있는 연예인을 모시자'는 식의 선정방식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