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광학기기업체 올림푸스가 기업 인수ㆍ합병(M&A) 관련 비용을 이용해 20년 동안 누적돼온 투자 손실을 은폐하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이 드러났다.

8일 올림푸스는 도쿄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1990년대 발생한 증권투자 손실을 메우고자 외부 자문 수수료 등을 과다 지불하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밝혔다.

올림푸스는 2008년 영국 의료기기 업체 자이러스 인수 당시 지급했던 과도한 수수료와 2006년~2008년 사이 중소업체 3곳을 인수한 자금 등이 실제로는 여러 개의 투자펀드를 통해 이런 손실을 보전하는 데 사용됐음이 외부 패널의 조사결과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달 14일 올림푸스는 경영 노선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며 마이클 우드포드 사장을 해임했다.

그러나 우드포드 사장이 M&A 자문 수수료로 6억8700만달러를 지급한 것은 비정상적인 수준이고,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된 중소업체를 인수하는 등으로 13억달러 가량의 자금이 사라졌다고 주장,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졌다.

우드퍼드 전 사장을 해임시킨 기꾸가와 쯔요시 사장 겸 회장은 투자자 압박이 거세지면서 지난달 26일 사퇴했다.

다카야마 슈이치 올림푸스 사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달 27일 회견을 가질 때만 해도 분식회계 사실에 대해 전혀 몰랐다"면서 "모리 히사시 부사장으로부터 회계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뒤 중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의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기쿠가와 쯔요시 전 회장, 모리 부사장, 야마다 상근감사가 현재 제3자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며 "필요하면 이들에 대해 형사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증권거래소 측은 올림푸스 주주들의 피해나 은폐된 손실 규모 등을 파악하고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만간 조사에 나갈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편 올림푸스의 분식회계 발표 후 도쿄 증시에서 올림푸스의 주가는 29%나 급락하면서 16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