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35조 만기 집중…내년 상반기 '초비상'
내년 상반기에만 35조원이 넘는 회사채 만기가 몰려 기업들의 차환 발행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를 기피해 차환 발행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신용등급 A급 이하 회사채 만기가 3분의 1에 달하는 11조4000억원을 넘고 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고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만기가 예정돼 있는 회사채(여신전문금융 회사채 포함) 규모는 35조5030억원에 이른다.

최근 5년간 평균 상반기 회사채 만기 물량의 두 배에 달한다. 올 상반기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물량(27조3520억원)에 비해서는 30%(8조2000억원) 많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중 신용등급 A급 이하가 32.19%인 11조4290억원이다. BBB급 이하도 1조7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대기업 중에는 건설 조선 해운 등 업황이 부진한 산업이 주력인 그룹과 유동성 악화 우려를 받고 있는 그룹이 7조4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차환 발행 물량이 급증할 전망인 반면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 침체 여파 등으로 회사채 투자자들은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판매를 제외하면 BBB급 이하 회사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사실상 전무하다. 대부분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투자 가능 등급 한도를 종전 A- 이상에서 A+ 이상으로 올렸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불안한 금융시장 환경이 지속될 경우 대기업그룹 계열사와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을 제외하면 시장에서 회사채 물량 소화가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신용도가 높은 그룹에 속한 소수의 A급 회사채를 제외하면 실제로는 AA급 이상에만 투자하고 있다"며 "금융시장 변동에 민감한 A급 이하 회사채는 만기 물량이 몰릴 경우 차환 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