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노총에 상급단체 파견 전임자 임금을 지원키로 함에 따라 갈등으로 치달았던 노 · 정 관계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임자 임금을 충당할 기금을 개별 기업으로부터 거둬야 하는 상황이어서 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상급단체 파견자에 대한 임금 지급은 법을 위반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고용노동부 · 한국노총 왜 합의했나

이번 합의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노총이 그동안 주장해온 △타임오프제 폐지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등을 포기하는 대신 상급단체 파견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당초 한국노총은 2009년 장석춘 위원장과 임태희 고용부 장관(현 청와대 비서실장)이 상급단체 파견 노조 전임자에 대해서는 기업이 출연하는 기금형태로 임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합의했다. 하지만 이 합의는 지난 1월 이용득 위원장이 당선된 뒤 노동법 재개정 투쟁을 벌이면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대기업 사업장 노조가 많은 민노총과 달리 중소사업장이 많은 한국노총은 이후 상급단체 전임자 임금 지원이 중단되면서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 이 바람에 최근 한국노총 상급단체 파견 전임자 숫자도 120여명에서 70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정부는 이번 합의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를 끌어안으려 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무너진 원칙, 멀어지는 노사선진화

이번 합의는 노사관계 선진화라는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작년 7월 시작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지난 7월 시작된 단위사업장 복수노조는 이명박 정부가 노동 분야 최대 업적으로 꼽아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기업의 임금 직접지급 대신 노사발전재단에 기업들이 기금(노사협력기금)을 출연하고 이 기금으로 상급단체 파견자에게 임금을 편법 지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합의 제대로 지켜질까

한국노총이 이번 합의를 제대로 지킬지가 관심거리다. 정부가 파견 전임자 임금을 내년 7월까지 2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키로 합의했는 데도 한국노총은 그 이후에도 계속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의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요구하는 타임오프제도 자체가 무력화될 우려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한국노총 간의 합의는 법과 원칙을 무시했다"며 "타임오프 문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문화선진화위원회와 근로시간면제위원회에서 논의되고 결정될 사안이므로 현실적으로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