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야마 슈이치(高山修一) 올림푸스 사장은 이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부 계상을 미뤄온 유가증권 투자 손실을 메우려고 인수 · 합병(M&A) 자문료 등을 이용했다'는 회사 제3자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인정하고 "매우 부적절한 처리를 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쿠카와 쓰요시(菊川剛) 전 회장 겸 사장과 모리 히사시(森久志) 부사장,야마다 히데오(山田秀雄) 상근감사가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모리 부사장은 이날 해임됐고 야마다 감사도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의 조사에 따르면 올림푸스는 2008년 영국 의료기기업체 자이러스를 약 2100억엔(3조원)에 사들일 때 미국 자문회사 등에 666억엔을 자문료로 지급했다. 또 2006년부터 3년간 734억엔을 투자해 일본 건강식품회사 등 3개사를 사들인 뒤 2009년 3월 557억엔의 손실처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수부 관계자는 "올림푸스가 대규모 손실을 숨기기 위해 이 같은 손실처리를 했다"며 "1000억엔 이상을 빼돌려 과거 유가증권 투자 손실 해소에 충당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인터넷판에서 "올림푸스가 1990년대 투자 실패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숨기기 위해 자이러스 등 4건의 M&A를 진행하면서 자문 수수료를 부풀렸다"고 전했다.
유가증권 투자 손실이 일정 비율을 넘으면 결산시 계상해야 하며 이를 숨기면 일본 금융상품거래법상 유가증권보고서 허위 기재에 해당한다. 일본 증권거래감시위원회와 검찰 등이 이 점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하는지 조사해 '관리종목'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올림푸스 주가는 29.01% 급락했다.
올림푸스의 회계조작 의혹은 지난달 14일 갑자기 사장직에서 해임된 마이클 우드퍼드의 문제 제기로 표면화했다. 우드퍼드 전 사장은 기쿠카와 전 회장에게 과거 기업 매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가 해임되자 "올림푸스가 M&A 자문 수수료로 6억8700만달러를 지급하는 등 의심쩍은 거래를 통해 13억달러가량의 자금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