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앞에서 `내 코를 망가뜨렸다'는 문구가 쓰여진 광고판 형태 피켓을 몸에 부착한 채 서 있었더라도 허위사실 유포 행위로 보기 어려워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병원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된 A(48·여)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병원 앞길에서 `각성하라. 내 코 원상복귀하고 망친 내 인생 돌려달라'는 내용의 입간판을 목에 걸고 서 있기만 했다고 주장하는데, 여러 증거에 의하면 유인물을 배포해 병원 업무를 방해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방해죄에서 `허위사실 유포'란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 사실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파하는 것을 말한다.

A씨가 목에 걸고 있었다는 입간판에 기재된 문구는 그 형태 및 내용, 기재 방식에 비춰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확성기를 이용해 의사와 병원을 비방하고 유인물을 배포한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02년 광주 동구에 위치한 B성형외과에서 코 수술을 받았는데 외형 손상 등 부작용이 생기자 2007년 12월 이 병원 앞에서 병원을 비방하는 피켓을 부착한 채 "의사가 코를 고의로 망가뜨렸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12차례에 걸친 항의 전부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나 A씨가 수술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정을 고려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