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구글은 진실을 말하는가
한국을 방문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한국이 구글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앞으로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체(OS)의 개방전략을 유지할 것이냐"고 묻자 그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이 "안드로이드를 유료화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로 삼성전자 등 한국의 제조사를 차별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모두 한국에 대한 보답처럼 들리는 약속들이다. 기자간담회에서 슈미트 회장은 경쟁사인 MS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구글은 얼마나 진실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안드로이드의 유료화 여부는 구글의 의지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갖다 쓰는 쪽에서 보면 안드로이드는 이미 유료화 된거나 다름없다. 기능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버전에 대응하는 데 돈이 들어가기 때문만은 아니다. 근본적 문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개방형 플랫폼이 지식재산권의 면책지대에 있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오픈소스도 다양한 유형의 저작권이 존재하고,특허는 오픈소스 여부에 상관없이 적용된다. 당장 안드로이드 사용 제조사들은 MS에 대당 얼마씩 특허료를 지불해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방성=무료화'는 그야말로 웃기는 얘기다.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늘수록 제조사들에 대한 특허 공세의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게 분명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구글도 소송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썬을 인수한 오라클은 안드로이드가 자바(Java) 관련 특허를 침해하고 있고,일부 자바 코드를 역공학(reverse engineering)으로 복원한 후 구글의 저작권하에 배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여기서 구글이 패할 경우 그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할지 의문이다. 제조사들로서는 또 하나의 중대 변수가 아닐 수 없다.

모토로라 인수로 한국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구글의 말도 100% 신뢰하기 어렵다. 물론 유료화 여부와 달리 이 문제는 구글의 의지에 달렸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의구심도 낳고 있다. 개방형 플랫폼이라고 해서 은밀한 통제권까지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게임의 룰을 자신의 전략대로 끌고 가는 건 폐쇄형과 전혀 다를 바 없다. 구글은 소스코드를 제공하는 대신 광고를 통해,또 상표와 부가 소프트웨어로 돈을 번다. 자칫 플랫폼 통제권을 놨다가 안드로이드가 새로운 표준들로 분화되기라도 하면 비즈니스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 통제권을 갖는다는 것은 항상 차별적 대우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제조사들로서는 모바일 OS가 한 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하는 게 최상의 구도다. OS 쪽으로 가는 몫을 어느 정도로 묶느냐에 따라 제조사의 몫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듯 제조사들은 거꾸로 OS에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오픈소스 기반 개방형 플랫폼도 기업전략의 하나일 뿐이다. '프리(free)'는 '자유'와 '공짜'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갖지만 오픈이 곧 프리라고 말할 수 없다. 완전한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공짜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을 계속 유지할 거냐는 최시중 위원장의 질문을 슈미트 회장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하다. 이거야말로 우문(愚問) 중의 우문 아닌가.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