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리'라는 매력
한국 문화는 흥미로운 점이 많다. 가족 간의 깊은 유대,대화에 있어서 술의 역할,지역과 역사를 통한 강한 결속,그리고 강력한 '우리'라는 의식 등이 그렇다. 특히 모국을 포함해 10개 나라에서 생활했던 내게 '우리'라는 의식이 강하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우리'라는 의식은 다른 나라에도 비슷하게 존재하지만 한국만큼 강한 나라를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나라 지역 가족 친구 직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상황에 따라 사라지기도 한다. 어떤 '우리'가 작용하는가에 따라 같은 사람도 의견이나 태도가 유연하게 변하는 것이 매우 재미있다. 만약 '우리'라는 의식이 만드는 고리가 실제로 보인다면 아주 재미있을 것 같다. 길거리에서 올림픽의 오륜기 같은 고리가 사람들 주위에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이리저리 헝클어지기도 하고 아주 커다랗게 하나가 되기도 할 테니 말이다.

대화 중에도 '우리'라는 말은 자주 등장한다. 다른 나라에서의 '나는'이란 뜻의 말을 한국에서는 '우리'라고 표현한다. 일본에서는 나라를 칭할 때 '나의 나라'라고 한다. 한국어 표현 중 '우리 집사람'은 외국인인 나에게 상당히 어색하다. 베트남어에는 두 종류의 '우리'가 있어서 상대방을 포함하는 '우리'와 포함하지 않은 '우리'가 있다. 이를 잘못 쓰면 내가 포함돼 있는가,그렇지 않은가에 대해 오해가 생긴다. 베트남어가 서툴렀던 나는 '우리'를 잘못 사용해 상대방에게 자주 질문을 받곤 했다.

직장 내에서도 부서 간의 작지만 강한 '우리'가 있다. 이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때로 다른 '우리'를 배타적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나는 최고경영자(CEO)로서 임직원들의 '우리'라는 고리를 크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사 전체가 하나의 '우리'로 강하게 묶이도록 말이다. 최근에는 같은 소니 브랜드 아래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국내 게임,모바일,음악,영화,물류,제조업 등의 계열사를 하나로 묶기 위해 공동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작은 '우리'를 뛰어넘어 큰 '우리'를 만드는 일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동시에 외국인인 나는 한국의 '우리'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와 지방색을 이해하기 위해 언어를 배우고,술자리를 갖고,직원들의 가족들까지도 만나봤다.

물론 시행착오도 많았다. 한국에 온 지 1년 반이 돼 가는 지금,내가 과연 '우리'에 들어가 있는가를 묻는다면 대답은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임직원들로부터 "처음에는 외국인 CEO라서 거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나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찬사다.

'우리' 안에 들어가는 일은 매우 기쁜 일이다. 업무를 상당히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고,소주와 막걸리도 잘 마실 수 있게 됐고,한 그릇의 팥빙수도 나눠 먹을 수 있는 사이가 됐기 때문이다.

이토키 기미히로 < 소니코리아 사장 itoki@son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