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신나게 일하게 배움터·즐김터로 탈바꿈
정부는 '마중물 역할'…민간 투자 적극 유치
"산업단지 근로자들의 최대 애로사항은 교통문제입니다. 그래서 직접 체험하러 버스를 탔지요. " 조 이사장이 오는 13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그를 서울 구로동 산단공 이사장실에서 만나봤다. 그는 산업단지 변혁에 앞장서고 있다. 이른바 '근로자 삶의 질 향상(QWL · Quality of Working Life) 프로젝트'다.
"산업단지는 국가 경제의 등뼈지요. 남동 반월 시화 구미 창원 등 주요 산업단지 49곳을 산업단지공단이 관리하는데 이곳은 전국 제조업 생산의 34%,수출의 45%,고용의 2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구로공단에서 시작된 산업단지는 길게는 약 30~50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
그는 "현장을 다녀보니 너무 낡았을 뿐 아니라 모든 기능이 생산 위주로 짜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반시설과 주차공간이 부족하고 특히 대중교통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컨벤션호텔 연구개발시설 등 기업지원 시설이 턱없이 모자라고 근로자에 대한 문화 · 복지 혜택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컨대 반월단지는 지원시설용지가 전체의 2.5%에 불과해 간이컨테이너 등 50여개에 이르는 불법 판매시설과 식당이 난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동단지는 주차장이 부족해 하루 불법 주차대수가 9000대를 넘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구미단지는 1900여가구 기숙사 가운데 70% 이상이 20년 이상 됐을 정도로 낡았다고 했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오겠습니까. " 조 이사장은 고용의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런 것도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엔 산업단지에선 생산만 잘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터에서 한걸음 나아가 배움터 즐김터 역할도 해야 합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이런 욕구가 강해요. 그래야 일할 맛이 날 것 아닙니까. "
그래서 그는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은 공간으로 산업단지를 재창조하기 위해 정부와 힘을 합쳐 QWL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이는 잿빛 산업단지에 아름다운 색을 입히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선 2013년까지 남동,반월 · 시화,구미,익산 등 4개 단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이곳에 1조2600억원을 투입해 민자 · 지자체 사업을 포함해 총 29개 세부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는 △지식산업센터,기숙사형 오피스텔,비즈니스센터,보육시설,주차장,진입도로 등 기업지원 및 편의시설 확충 △산학융합지구 3곳 조성 및 현장 중심의 산학융합형 교육 시스템 구축 △문화 복지 프로그램 △친환경 녹색산업단지 조성 등이 들어 있다.
조 이사장은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투자도 중요하지만 이는 마중물 역할에 불과하고 궁극적으로는 민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론 "지방세 등 세제감면,사업추진 절차 간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민간투자 유치 확대를 위한 기폭제 역할을 할 600억원 규모의 QWL밸리 펀드를 최근 조성했다"며 "민간기업이 관심을 많이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