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WL 프로젝트는 낡은 산업단지를 젊게 만드는 것"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초.경기도 시흥시 정왕역에 전철이 도착하자 수많은 근로자들이 앞다퉈 역사를 빠져나온다. 버스가 도착하자 우르르 몰린다. 이내 콩나물시루가 된다. 버스는 시화산업단지 곳곳을 다니며 이들을 내려놓는다. 승객 중 중년신사 한 명이 연신 땀을 훔치며 손잡이를 꼭 붙들고 있었다. 조석 산업단지공단 이사장(54 · 사진)이다.

"산업단지 근로자들의 최대 애로사항은 교통문제입니다. 그래서 직접 체험하러 버스를 탔지요. " 조 이사장이 오는 13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그를 서울 구로동 산단공 이사장실에서 만나봤다. 그는 산업단지 변혁에 앞장서고 있다. 이른바 '근로자 삶의 질 향상(QWL · Quality of Working Life) 프로젝트'다.

"산업단지는 국가 경제의 등뼈지요. 남동 반월 시화 구미 창원 등 주요 산업단지 49곳을 산업단지공단이 관리하는데 이곳은 전국 제조업 생산의 34%,수출의 45%,고용의 2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구로공단에서 시작된 산업단지는 길게는 약 30~50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

그는 "현장을 다녀보니 너무 낡았을 뿐 아니라 모든 기능이 생산 위주로 짜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반시설과 주차공간이 부족하고 특히 대중교통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컨벤션호텔 연구개발시설 등 기업지원 시설이 턱없이 모자라고 근로자에 대한 문화 · 복지 혜택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컨대 반월단지는 지원시설용지가 전체의 2.5%에 불과해 간이컨테이너 등 50여개에 이르는 불법 판매시설과 식당이 난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동단지는 주차장이 부족해 하루 불법 주차대수가 9000대를 넘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구미단지는 1900여가구 기숙사 가운데 70% 이상이 20년 이상 됐을 정도로 낡았다고 했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오겠습니까. " 조 이사장은 고용의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런 것도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엔 산업단지에선 생산만 잘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터에서 한걸음 나아가 배움터 즐김터 역할도 해야 합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이런 욕구가 강해요. 그래야 일할 맛이 날 것 아닙니까. "

그래서 그는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은 공간으로 산업단지를 재창조하기 위해 정부와 힘을 합쳐 QWL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이는 잿빛 산업단지에 아름다운 색을 입히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선 2013년까지 남동,반월 · 시화,구미,익산 등 4개 단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이곳에 1조2600억원을 투입해 민자 · 지자체 사업을 포함해 총 29개 세부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는 △지식산업센터,기숙사형 오피스텔,비즈니스센터,보육시설,주차장,진입도로 등 기업지원 및 편의시설 확충 △산학융합지구 3곳 조성 및 현장 중심의 산학융합형 교육 시스템 구축 △문화 복지 프로그램 △친환경 녹색산업단지 조성 등이 들어 있다.

조 이사장은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투자도 중요하지만 이는 마중물 역할에 불과하고 궁극적으로는 민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론 "지방세 등 세제감면,사업추진 절차 간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민간투자 유치 확대를 위한 기폭제 역할을 할 600억원 규모의 QWL밸리 펀드를 최근 조성했다"며 "민간기업이 관심을 많이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