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에도 '패스트 패션'(SPA · 제조 직매형 의류) 시대가 열렸다. 그때 그때 유행하는 겉옷에 맞춰 속옷을 수시로 바꿔입는 젊은층을 겨냥해 이랜드가 '속옷 전용 SPA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랜드는 자체 SPA 브랜드인 '미쏘'에서 속옷만 떼어내 '미쏘시크릿'이란 별도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9일 밝혔다. 이랜드는 11일 서울 신촌에 여는 165㎡(50평)짜리 1호점을 시작으로,서울 명동과 대구 동성로 등 핵심 상권에 일반 속옷 가두점보다 5배가량 큰 165~200㎡짜리 초대형 매장을 잇따라 열기로 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SPA 속옷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데도 시장을 주도하는 '메이저리거'가 없는 무풍지대였다"며 "2015년까지 매장 150개를 열어 미쏘시크릿을 연매출 1500억원짜리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랜드가 SPA 속옷 사업에 뛰어든 것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속옷을 구매하는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체 조사 결과 2~3년 전만 해도 기능성이 뛰어난 고급 속옷을 구입한 뒤 1년가량 입고 버리는 여성들이 많았지만,최근 '맵시 있는 저렴한 속옷'을 3~6개월마다 교체하는 트렌드가 빠르게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이랜드 관계자는 "H&M(의류)이나 더페이스샵(화장품) 같은 저가 매장에 수시로 들러 최신 유행을 살펴본 뒤 큰 부담없이 1~2개씩 구입하는 트렌드가 속옷으로 옮겨오고 있다"며 "사실상 '구색 맞추기' 수준으로 속옷 코너를 운영하는 H&M 자라 등과는 달리 한국인 체형에 맞는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랜드는 매장을 대형화해 일반 속옷 가두점보다 3배 이상 많은 400여개 모델을 한꺼번에 전시 · 판매한다. 가격은 브래지어 1만2900원,팬티 5900원,슬립 2만9900원 등으로 비슷한 품질의 기존 중 · 저가 브랜드보다 30% 낮게 책정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전체 상품의 30%가량을 매달 교체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