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무대 뒤에 고난과 역경…스타 연예인 생생한 신앙 고백
"진행성 난치병,무섭고도 허무한 병이지만 전 이제 웃을 수 있습니다. 제 용기와 희망은 병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으니까요. "(개그맨 이동우) "가끔 '내가 왜 음악인으로 살아가는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물론 제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길이지만,단지 그것만이 아니라 이 길은 분명 하느님이 주신 소명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그리 쉽지 않은 삶을 살아온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래를 통해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을 위로하라는 뜻으로 말입니다. "(가수 바비킴)

천주교를 믿는 대중문화예술인 14명이 자신들의 삶과 신앙 이야기를 담은 책 《슈퍼스타》(천주교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엮음,가톨릭출판사)를 10일 출간한다. 바비킴(김도균),이동우를 비롯해 가수 강인봉 JK김동욱 바다(최성희),배우 김지영 이인혜,음악인 노영심,방송인 류시현 양영은 이상용 최유라,뮤지컬 배우 최정원,아나운서 황정민 등이 동참했다.

책은 서울대교구 소식지인 '서울 주보'에 실렸던 글을 엮은 것으로 스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겪은 고난과 이를 신앙의 힘으로 이겨낸 희망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낸다.

팔도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할머니 역을 단골로 맡는 김지영 씨는 남편의 죽음 앞에서 신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전한다.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가니 남편은 이미 운명한 뒤였다. 그는 죽은 남편을 붙들고 절규했다. '하느님,우리가 화해할 시간만이라도 달라고 했는데 너무하십니다. 너무하십니다. ' 그때 어디선가 '한 번 더 불러 보아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는 그 소리가 하느님의 목소리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제가 다시 부르자 남편이 정말 다시 눈을 떠 저를 보았습니다. "

진행성 난치병으로 점점 눈이 멀어가는 이동우 씨는 "제가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그 낮은 곳은 주님이 계시는 곳이었다"고 고백한다. 어느 날 네 살 된 딸이 "아빠,내가 커서 의사 돼서 아빠 눈 고쳐줄 게요"라며 끌어안은 순간 그는 다짐했다. "나도 멋진 아빠 한번 해보자." 그날 이후 그는 머릿속의 모든 세속적 논리와 계산을 지우고 마음의 문을 모두 열었다. 세상을 향해 용기 있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고난을 극복한 이들의 공통점은 그 속에서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한다는 것.황정민 씨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겨놓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며 '나'를 버린 자리에 여유가 생겼다고 이야기한다. 가수 바다는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라는 제 노래처럼 저는 신앙 안에서 꿈을 이뤘다"며 "모든 일에 감사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양영은 씨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고통스러울 때면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한다. "하느님께 나는 스스로 백조임을 모르는 '미운 오리새끼'가 아닐까. 장차 우아한 자태를 지닌 백조로 거듭날 텐데 그걸 깨닫지 못한 채 속상해하고 애태우는 그런…."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책머리에 실은 '축하의 말'을 통해 "이들의 글에는 화려한 무대와 조명이 가득한 곳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깊은 속내와 진솔한 신앙고백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저자 14명은 인세 전액을 김수환 추기경의 유지를 받들어 만든 '바보의 나눔'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264쪽,1만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