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손 떼니…중기 BW발행 '급랭'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의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BW 투자의 큰손으로 꼽히던 저축은행이 구조조정 문제로 조막손으로 바뀐 데 이어 은행들까지 손을 떼게 되면서 중소기업 BW 발행 시장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9월 이후 기업 BW에 한 건도 투자하지 않았다. 8월에만 해도 다날 BW(30억원 규모),아즈텍WB BW(100억원 규모)를 사들이는 등 중소기업 BW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나은행이 BW에서 손을 뗀 것은 금감원 감사 과정에서 '기존 BW 투자 방식이 은행 업무영역에서 벗어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기업의 신주인수권(워런트) 분리형 사모 BW를 사들인 뒤 워런트를 떼어내 해당 기업 대주주나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고 채권은 만기에 상환받는다. 하지만 금감원은 BW 인수 시점에 워런트를 바로 매각하지 않고 하루 이상 보유할 경우 '여신'이 아니라 '투자'에 해당될 수 있는 만큼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BW를 사들이자마자 워런트 인수자를 찾아 넘기는 것은 쉽지 않다"며 "결국 분리형 사모BW 투자는 힘들어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이 같은 방식으로 BW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금감원의 해석은 은행권 전체에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은행의 BW 투자와 관련된 감사 결과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투자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사모 분리형 BW를 발행한 뒤 대주주가 워런트만 되사들이는 방식으로 지분을 늘리는 관행이 이어지자 금감원이 제동을 거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내년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될 예정이어서 미리 규제에 착수한 것이란 분석이다.

불똥은 중소기업으로 튀고 있다. 올해 발행된 코스닥 기업 BW는 90% 이상이 사모 분리형이었으며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은행 등이 주로 인수해왔다. 저축은행의 구조조정 영향으로 BW 투자 규모가 줄어든 데 이어 은행권의 BW 투자도 어려워지면서 중소기업 BW 발행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 BW 발행 규모는 하반기 들어 매월 감소 추세를 보이며 연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