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집착한 '스캔들 제왕' 경제위기에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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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한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최초 3선 총리
3년간 51번이나 신임투표…미성년 성매매 등 끝없는 추문
이탈리아 최초 3선 총리
3년간 51번이나 신임투표…미성년 성매매 등 끝없는 추문
'스캔들 메이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75)가 8일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하원에서 치러진 예산 지출 승인안 표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이탈리아 최초의 3선 총리이자 지난 3년간 51번의 신임투표에서 살아남으며 "이탈리아를 이끌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호언하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실패했다. 국가부도 위기 속에 지원세력이 이탈하자 권좌에서 내려왔다.
◆스캔들 메이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끊임없는 성추문과 기행 때문에 '스캔들 메이커' 혹은 '붕가붕가 총리'로 불렸다. 붕가붕가는 성행위를 뜻하는 이탈리아 속어다. 그는 현재도 모로코 출신 미성년자 댄서 '루비'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그는 루비가 절도 혐의로 체포되자 경찰에 "루비를 석방하라"고 종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미성년자 성매매 및 권력 남용,조세포탈,법정 위증교사 및 뇌물공여 등 3건의 재판에 걸려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여성 편력은 평소 그가 주변 인물들과 하는 대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검찰이 지난 9월 공개한 그의 대화 녹취록에는 "지난밤 여성 11명이 내 침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8명과만 관계를 가졌다" "총리 일은 (여자와 놀다) 남는 시간에 하는 것"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3년 전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조각상 뒤에 숨어 있다 "까꿍" 하며 튀어나와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흑인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선탠이 잘 됐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자신감은 성공가도를 걸어온 인생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1960년대 밀라노에 부유층을 위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으며 큰 돈을 벌기 시작한 그는 1978년 핀인베스트그룹을 세워 언론재벌이 됐다. 재력을 바탕으로 1994년 정계에 뛰어들어 총리가 됐다. 부패 스캔들 혐의로 연정이 붕괴돼 7개월 만에 물러났지만 2001년 다시 정권을 잡았다. 5년 임기를 마치고 2006년 물러난 뒤 2008년 치러진 선거에서 또다시 당선돼 총리 3선에 성공했다.
◆시장에 무릎 꿇어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자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탈리아를 이끌 사람이 나 말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게 대표적 예다. 그는 8일 하원에서 예산 지출 승인안 투표 결과를 지켜보다 찬성표가 과반(316표)에 못 미치는 308표에 그치자 메모지에 '8명의 배신자'라고 적으며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았다. 결국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지금은 시장에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의회에서 긴축재정안을 통과시킨 뒤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임 시기는 2주 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탈리아 정치권 향배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임하면 이탈리아 정치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현재의 중도우파 연정을 확대하는 방안과 거국 내각을 구성하는 방안,의회 해산 후 조기총선 실시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중도우파 연정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측근인 안젤리노 알파노 집권 자유국민당 사무총장이나 지아니 레타 내각차관에게 권력을 양도할 것으로 보인다.
거국 내각을 구성한다면 경제전문 관료 출신으로 여야의 고른 신임을 받고 있는 마리오 몬티 밀라노 보코니대 총장이 새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정치권이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현 정부의 임기 종료 시점인 2013년 이전에 조기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스캔들 메이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끊임없는 성추문과 기행 때문에 '스캔들 메이커' 혹은 '붕가붕가 총리'로 불렸다. 붕가붕가는 성행위를 뜻하는 이탈리아 속어다. 그는 현재도 모로코 출신 미성년자 댄서 '루비'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그는 루비가 절도 혐의로 체포되자 경찰에 "루비를 석방하라"고 종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미성년자 성매매 및 권력 남용,조세포탈,법정 위증교사 및 뇌물공여 등 3건의 재판에 걸려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여성 편력은 평소 그가 주변 인물들과 하는 대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검찰이 지난 9월 공개한 그의 대화 녹취록에는 "지난밤 여성 11명이 내 침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8명과만 관계를 가졌다" "총리 일은 (여자와 놀다) 남는 시간에 하는 것"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3년 전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조각상 뒤에 숨어 있다 "까꿍" 하며 튀어나와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흑인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선탠이 잘 됐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자신감은 성공가도를 걸어온 인생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1960년대 밀라노에 부유층을 위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으며 큰 돈을 벌기 시작한 그는 1978년 핀인베스트그룹을 세워 언론재벌이 됐다. 재력을 바탕으로 1994년 정계에 뛰어들어 총리가 됐다. 부패 스캔들 혐의로 연정이 붕괴돼 7개월 만에 물러났지만 2001년 다시 정권을 잡았다. 5년 임기를 마치고 2006년 물러난 뒤 2008년 치러진 선거에서 또다시 당선돼 총리 3선에 성공했다.
◆시장에 무릎 꿇어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자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탈리아를 이끌 사람이 나 말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게 대표적 예다. 그는 8일 하원에서 예산 지출 승인안 투표 결과를 지켜보다 찬성표가 과반(316표)에 못 미치는 308표에 그치자 메모지에 '8명의 배신자'라고 적으며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았다. 결국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지금은 시장에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의회에서 긴축재정안을 통과시킨 뒤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임 시기는 2주 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탈리아 정치권 향배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임하면 이탈리아 정치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현재의 중도우파 연정을 확대하는 방안과 거국 내각을 구성하는 방안,의회 해산 후 조기총선 실시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중도우파 연정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측근인 안젤리노 알파노 집권 자유국민당 사무총장이나 지아니 레타 내각차관에게 권력을 양도할 것으로 보인다.
거국 내각을 구성한다면 경제전문 관료 출신으로 여야의 고른 신임을 받고 있는 마리오 몬티 밀라노 보코니대 총장이 새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정치권이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현 정부의 임기 종료 시점인 2013년 이전에 조기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