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외국 LED 조명업계의 쾌재
발광다이오드(LED)조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되면서 기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 중견 · 중소기업들은 동반성장위원회 결정을 반기는 반면 대기업들은 죽을 맛이다. 국내 조명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이 허사가 될 처지에 놓인 탓이다.

한 발 물러서 있던 필립스,오스람 등 글로벌 조명회사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한 글로벌 조명 기업 고위 임원은 9일 "환영할 일이죠.막강한 경쟁자가 사라졌으니까"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큰 호재가 생겼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내수가 없으면 수출도 없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LED조명 시장에 뛰어든 국내 대기업들에 '내수시장 족쇄'는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 정부 유관기관 연구원은 "삼성과 LG의 브랜드 파워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처음 조명사업에 진출하는 만큼 철저하게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이때 중요한 게 레퍼런스(공급 실적)"라며 "특히 정부 조달 시장에 진입했는지가 성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한 LED 담당 애널리스트는 "외국 기업들이 바이어에게 레퍼런스를 제시하며 제품 설명을 할 때 국내 대기업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해 브리핑을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도 마냥 반기기만 하는 눈치는 아니다. 한 중소 LED 기업 대표는 "필립스와 오스람이 국내 중소기업과 공동 개발 등을 통해 조달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마당에 삼성 · LG만 빠진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오히려 안방을 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가 나오는 건 적합업종 선정이 대결 구도로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연구원의 또다른 전문가는 "중소기업은 되고 대기업은 안 된다는 식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LED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이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LED 조명 시장은 세계적으로 올해 66억달러에서 2015년 177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 시장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흐름과 달리 동반성장위는 고만고만한 국내 기업들을 놓고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김병근 중기과학부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