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한국타이어와 결별…넥센과 손잡나
세계 2위 타이어 생산업체이자 한국타이어의 2대 주주인 미쉐린이 한국타이어 지분 10%을 블록세일(대량매매) 방식으로 전량 매각했다.

미쉐린은 2006년부터 한국타이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타이어 지분을 매입해왔다. 업계에선 미쉐린이 이번 지분 매각으로 한국타이어와 결별하고,넥센타이어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쉐린은 이날 한국타이어 보유지분 9.98%(1519만5587주)를 처분했다. 매각대금은 주당 4만1000원으로,총 6230억원이다. 매각 주관사는 시티글로벌마켓증권이 맡았으며,지분 대부분은 해외 기관투자가가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쉐린은 이번 지분매각으로 3951억원 규모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미쉐린은 당초 지난 8일 종가인 4만6650원에서 3.5~7.8%가량 할인된 수준을 희망했으나,할인폭은 12%로 확대됐다.

미쉐린은 한국타이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왔다.

2006년 3월 유상증자를 통해 한국타이어 지분 6.24%를 취득한 데 이어 2008년 6월 지분 3.74%를 장내매수하면서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15.99%)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미쉐린의 평균 주식매입가는 주당 1만5000원 수준으로 이번 매각을 통해 주당 2만6000원의 차익을 실현한 셈이다.

미쉐린이 한국타이어 지분을 정리한 이유는 한국타이어와의 연구 · 개발(R&D) 협력,아시아 판매망 공유 등 파트너십 강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 측은 이에 대해 "미쉐린과의 기술교환 등이 지지부진한 측면이 있었고 최근 회사주가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미쉐린이 한국타이어 대신 넥센타이어와 합작생산 등 파트너십 구축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타이어 지분을 매각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쉐린이 넥센타이어와 손잡기 위해서는 경쟁업체인 한국타이어 지분을 처분하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은 지난 9월 기자와 만나 "넥센타이어 지분 일부를 미쉐린에 넘기고 자금과 기술을 지원받는 내용의 합작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한국타이어 주가는 미쉐린의 지분 처분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날보다 3900원(8.36%) 떨어진 4만2750원에 마감됐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