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세계 현대 등 이른바 빅3 백화점이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와 판매수수료율을 낮추기로 합의했다. 대상은 이들 백화점과 거래하는 중소 납품업체의 절반가량인 1054개사로 판매 수수료율이 3~7%포인트씩 인하돼 지난달분부터 소급 적용된다고 한다. 형식은 합의지만 공정위의 두 달여에 걸친 압박에 백화점들이 백기를 든 것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이번 수수료 인하는 정부가 소위 '동반성장 공생발전'을 명분으로 주유소 100원 인하에 이어 가격에 직접 개입한 또 하나의 사례다. 어떤 합리적인 근거나 이유도 없이 그저 '돈 잘버는 것 같으니 성의표시 좀 하라'는 식의 완장행정이 이번에도 통했다. 조폭의 자릿세 뜯기와 다르다고 볼 수도 없다. 앞으로의 결과 역시 뻔할 것이다. 기름값은 100원 인하가 끝난 지금 다시 껑충 뛰었고 정부는 이제 알뜰 주유소라는 또 다른 궁리를 하는 상황이다. 시장이 결정할 것에 정부가 개입하다 보니 규제가 또 다른 규제를 부르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백화점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누가 주고 싶어서 주고 받고 싶어서 받는 것이 아니다. 돈을 좀 더 내더라도 어떻게든 백화점에 들어가려는 납품업체들과 가능한 한 좋은 상점을 유치하려는 백화점 간 치열한 경쟁과 협상의 결과가 수수료다. 이런 것을 두고 정부가 나서 몇%를 일률적으로 내리라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울며 겨자먹기는 백화점뿐만이 아니다. 입점업체들도 입장이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수수료를 더 내고라도 백화점에 입성하려던 업체들은 좌절할 것이고 현재 입점 중인 중소기업들은 재계약시 쫓겨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낮은 수수료라면 백화점들은 대기업 브랜드를 더 유치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백화점 수수료 강제 인하는 백화점과 납품업체 모두를 곤란하게 만드는 이상한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도 않으면서 상품권 증정 등 각종 고객행사는 축소가 불가피해 소비자 혜택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수수료 인하인지 모를 일이다. 정부는 언제까지 이런 일을 되풀이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