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정치권의 FTA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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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여야는 기약없는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비준안을 처리하겠다고 큰소리쳤던 한나라당은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의원들에겐 '카메라 주의보'까지 발령됐다. 남 위원장은 비준안 처리 시늉만 할 뿐 의지는 엿보이지 않는다. 지도부는 비준안에 대한 타협의 여지가 없는데도 "대화로 풀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허송세월하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원칙대로'를 강조하면서도 행동엔 나서지 않는다. 자칫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염려에서다. 너도나도 '이미지 정치'에만 신경쓰는 게 한나라당의 현주소다.
당내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한 의원은 "남 위원장이 하는 일이 뭔가. 회의실 앞에서 비켜달라고 몇 마디 건네다 돌아서는 게 전부 아닌가"라며 "지도부는 처리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의원은 "여권의 요즘 한 · 미 FTA 대응은 2008년 쇠고기 촛불시위 때와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인터넷에선 FTA에 대한 '괴담'이 떠돌고 있어 내 지역구 사무실로까지 항의 전화가 온다"고 토로했다.
민주당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야권 통합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고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사항마저 파기한 이후 좌표를 잃은 모습이다. 손학규 대표는 "국민투표를 하자"고 했다가 반응이 시원찮자 "내년 4월 총선이나 다음 정권에서 결정하자"고 했다. 야권 연대에 발목이 잡혀 질질 끌려가는 모양새다. 급기야 온건파 의원들이 'ISD 절충안'을 제시하며 반기를 들었다.
한마디로 지도력 부재에 정치실종이다. 북한까지 가세, 한 · 미 FTA를 매국 행위로 규정하면서 우리 사회의 분열을 부추기고 있으나 정치권은 정략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