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CD TV 1위 비지오…성공비밀은 '비즈모델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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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카페
지난해 하반기 미국 LCD(액정표시장치) TV 시장에서 판매대수 1위를 차지한 회사는 어디일까. 삼성이나 소니를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답은 아니다. 2002년 10월에 창립한 비지오란 회사다. 생긴 지 10년도 채 안 돼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이 업체가 직원 수 160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비지오 성공의 비밀은 뭘까.
비지오는 엄청난 신상품을 만들어 내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지도 않았다. 비지오의 LCD TV는 경쟁사 제품과 본질적으로 다른 제품이 아니었다. 비지오는 상품 기획, 디자인, 고객 서비스에만 역량을 집중했다. 그리고 연구·개발, 생산, 유통 등 다른 주요 활동을 모두 아웃소싱하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이뤘다. 이를 통해 수요 불확실성에 따르는 고정비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그동안 LCD TV 고객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저소득층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란 기존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쉽게 모방할 수 있는 제품이나 기술, 서비스의 혁신보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경쟁자가 단시간에 쉽게 따라 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 파괴력은 배가된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카란 지로트라와 세르게이 네티신 교수는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논문에서 환경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방법 몇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생산 시점을 최대한 뒤로 미루라는 것이다. 스페인의 의류업체 자라(Zara)는 의류업체가 갖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생산시기를 최대한 뒤로 미뤘다. 일반적으로 의류산업은 고객 변화를 예측하고 제품으로 만들어 내기까지 길게는 18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신상품을 기획하는 시점이 소비 시점과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도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상보다 수요가 많을 때는 물량 부족, 적을 때엔 과잉 재고로 인한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라는 2~4주 안에 새로운 디자인의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생산 프로세스를 설계했다. 소비지와 가까운 곳에 생산거점을 둬야 하다 보니 인건비가 비싼 유럽에 공장을 지어야 했고, 때에 따라서는 비행기와 같이 고가의 물류 수단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자라의 지속적인 성장세는 추가로 늘어난 비용보다 리스크의 효과적인 관리를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라는 의류 소매업에서 어떤 것도 새로 발명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변덕스럽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자라는 단지 사이클 타임을 빠르게 함으로써 의사결정을 늦출 수 있었고, 이는 자라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방법 두 번째는 고정비를 변동비로 바꿈으로써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1990년대 미국 비디오 대여업체들은 비디오 테이프를 개당 60달러에 공급받아 소비자들에게 대출해 주고 있었다. 이 방식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 대해 영화사가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는 거의 없다. 비디오를 몇 번 대여하든지간에 영화사는 60달러를 받으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대여업체들은 이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비디오 구입 개수를 줄이는 방법을 사용했다.
최신 히트작을 찾는 고객이 많음에도 비디오를 충분히 비치해 놓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미국의 비디오 대여업체인 블록버스터는 개당 5~10달러에 비디오를 받아오는 방식으로 계약을 변경했다. 그리고 매출의 50%를 영화사와 공유했다. 영화사들은 블록버스터에 더 많은 테이프를 공급했다. 블록버스터 입장에서는 더 많은 히트 영화를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블록버스터의 시장점유율은 13%포인트 올라갔고 이익도 20%나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더 정확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 2008년 4명의 직원으로 문을 연 프랑스의 가구회사 마이팹(MyFab)은 창립 2년 만에 독일, 미국, 중국 등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성공 배경에는 고객들이 직접 자기가 원하는 가구 디자인에 투표하게 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마이팹은 홈페이지에 디자이너들의 시안을 카탈로그 형식으로 올려 놓았다. 홈페이지를 찾은 고객들은 마음에 드는 디자인에 투표를 하고 선호도가 높은 시안만 실제 제품으로 제작된다.
이 과정에서 모아진 데이터는 고객의 취향이나 수요 변화를 경쟁업체들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자산이 됐다. 고객에 대한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한 것이다.
이우창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비지오는 엄청난 신상품을 만들어 내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지도 않았다. 비지오의 LCD TV는 경쟁사 제품과 본질적으로 다른 제품이 아니었다. 비지오는 상품 기획, 디자인, 고객 서비스에만 역량을 집중했다. 그리고 연구·개발, 생산, 유통 등 다른 주요 활동을 모두 아웃소싱하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이뤘다. 이를 통해 수요 불확실성에 따르는 고정비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그동안 LCD TV 고객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저소득층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란 기존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쉽게 모방할 수 있는 제품이나 기술, 서비스의 혁신보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경쟁자가 단시간에 쉽게 따라 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 파괴력은 배가된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카란 지로트라와 세르게이 네티신 교수는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논문에서 환경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방법 몇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생산 시점을 최대한 뒤로 미루라는 것이다. 스페인의 의류업체 자라(Zara)는 의류업체가 갖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생산시기를 최대한 뒤로 미뤘다. 일반적으로 의류산업은 고객 변화를 예측하고 제품으로 만들어 내기까지 길게는 18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신상품을 기획하는 시점이 소비 시점과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도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상보다 수요가 많을 때는 물량 부족, 적을 때엔 과잉 재고로 인한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라는 2~4주 안에 새로운 디자인의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생산 프로세스를 설계했다. 소비지와 가까운 곳에 생산거점을 둬야 하다 보니 인건비가 비싼 유럽에 공장을 지어야 했고, 때에 따라서는 비행기와 같이 고가의 물류 수단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자라의 지속적인 성장세는 추가로 늘어난 비용보다 리스크의 효과적인 관리를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라는 의류 소매업에서 어떤 것도 새로 발명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변덕스럽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자라는 단지 사이클 타임을 빠르게 함으로써 의사결정을 늦출 수 있었고, 이는 자라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방법 두 번째는 고정비를 변동비로 바꿈으로써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1990년대 미국 비디오 대여업체들은 비디오 테이프를 개당 60달러에 공급받아 소비자들에게 대출해 주고 있었다. 이 방식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 대해 영화사가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는 거의 없다. 비디오를 몇 번 대여하든지간에 영화사는 60달러를 받으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대여업체들은 이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비디오 구입 개수를 줄이는 방법을 사용했다.
최신 히트작을 찾는 고객이 많음에도 비디오를 충분히 비치해 놓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미국의 비디오 대여업체인 블록버스터는 개당 5~10달러에 비디오를 받아오는 방식으로 계약을 변경했다. 그리고 매출의 50%를 영화사와 공유했다. 영화사들은 블록버스터에 더 많은 테이프를 공급했다. 블록버스터 입장에서는 더 많은 히트 영화를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블록버스터의 시장점유율은 13%포인트 올라갔고 이익도 20%나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더 정확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 2008년 4명의 직원으로 문을 연 프랑스의 가구회사 마이팹(MyFab)은 창립 2년 만에 독일, 미국, 중국 등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성공 배경에는 고객들이 직접 자기가 원하는 가구 디자인에 투표하게 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마이팹은 홈페이지에 디자이너들의 시안을 카탈로그 형식으로 올려 놓았다. 홈페이지를 찾은 고객들은 마음에 드는 디자인에 투표를 하고 선호도가 높은 시안만 실제 제품으로 제작된다.
이 과정에서 모아진 데이터는 고객의 취향이나 수요 변화를 경쟁업체들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자산이 됐다. 고객에 대한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한 것이다.
이우창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