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위안 짜리 만두 하나에도…2위안 부가세·별도 영업세 포함
중국이 치솟는 물가로 좌불안석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3.3%로 선방했지만 올해는 영 딴판이다. 지난 6월 이후 4개월째 6%대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전국 2만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체감물가 조사에서 70% 이상이 ‘견디기 힘들다’고 응답했다. 일부 물가는 중국이 미국을 제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중국의 고물가 원인으로 식품가격 급등과 수입 원자재가격 불안을 꼽는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시장요인보다는 저변의 구조적인 요인들이 훨씬 더 심각하다.

우선 세금이 많고 비싸다. 전체 세수(稅收) 가운데 간접세 비중이 70%에 달한다. 미국의 10%, 대부분 선진국의 40~50%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간접세가 많아지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그만큼 올라간다.

중국에선 10위안짜리 만두 하나를 사 먹어도 2위안의 부가세와 별도의 영업세가 포함돼 있다. 간접세는 서민의 세부담을 늘려 소비 위축과 빈부격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물가가 오를수록 정부 세수는 늘어난다. 중국의 세금 종류는 재정부 홈페이지에는 19개, 국가세무총국과 베이징 지방세무국에는 각각 20개와 25개로 나와 있다.

다음으로 국내 물류유통비용이 과도하다. 1㎏짜리 상품을 운송할 때 상하이에서 뉴욕까지 1만4000㎞가 1.5위안인데 반해 남부 구이저우(貴州)성까지 육로 1700㎞는 10위안이나 된다. 광둥(廣東)성에서 만든 물건을 하얼빈까지 보내면 생산비보다 운임이 더 비싸다.

광둥성에 진출한 미국계 P&G가 북부지방에 공장을 더 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전 세계 유료도로의 70%가 중국에 몰려있어 운송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유통 마진이 높고 입점료 등에 비싼 수수료가 부과되는 관행도 상품가격 상승을 부채질한다.

부동산 가격도 너무 높다. 미국의 중산층은 열심히 일하면 10년이 채 되지 않아 200㎡ 정도의 주택을 마련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그 절반 크기의 집을 마련하는데도 30년이 걸린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는 가장 큰 원인이 부동산 가격이다. 최근 정부의 가격거품 억제 정책으로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부동산시장이 단기간에 안정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성장방식과 관련한 문제도 있다. 일반적으로 몇몇 상품 가격이 오르면 수급관계 또는 원자재 가격 변동 때문으로 볼 수 있지만, 거의 모든 상품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면 시장의 통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탓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수출주도 성장모델을 유지해왔다. 세계의 공장으로서 많은 외화를 벌어들였지만 그만큼의 위안화를 시장에 풀어놓아야 한다. 돈이 풀릴수록 가격은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결국 지난 30년간 유지해온 중국의 성장모델이 지속적인 물가상승의 원인제공자인 셈이다.

중국이 고물가 속에서도 아직 견디고 있는 것은 서민생활에 직결되는 물가만큼은 지켜내고 있기 때문이다. 육류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아직 미국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구조적인 고물가 요인을 치유하지 않는다면 당장 발등의 불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불씨는 잠재울 수 없다. 중국 정부가 단기 물가관리보다는 유통구조 개선과 세제개혁을 강조하는 이유다.

중국발 고물가 전염권에 있는 한국은 할 일이 많다. 당장 ‘차이나플레이션(Chinaflation)’ 차단에 힘써야 하고 중국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지도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박한진 < KOTRA 베이징 무역부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