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코스맥스 회장 "품질·가격·속도 '토털서비스'…2016년 中매출 3000억원 달성"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65)은 ‘메이드 인 코리아’ 화장품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수훈갑’이다. 자체 브랜드 하나 없지만 세계 1위 화장품업체인 로레알은 물론 존슨앤드존슨, 메리케이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로부터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코스맥스가 올해 이들 업체에 공급한 화장품 물량은 줄잡아 1억개. 세계 인구 70명 가운데 한 명은 코스맥스가 만든 ‘made in Korea’ 화장품을 쓰고 있다.

업계에서 ‘외유내강형 리더’로 통하는 이 회장은 부드러움 속에서 강함이 묻어나오는 감성, 신뢰 경영으로 그만의 성공스토리를 쓰고 있다. 제약회사(동아·대웅제약)에서 14년, 광고회사 오리콤에서 6년을 보낸 뒤 47세 늦깎이로 창업한 이 회장은 “지난 세월 우리는 왜 명품 화장품을 못 만드냐는 질문을 숱하게 들어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글로벌 명품 대열에 들어섰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11월 로레알로부터 아시아 업체로는 유일하게 ‘최고 혁신상(Innovation Excellence Award)’을 받았다.

▶2006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매출이 20% 이상 늘어났습니다.

“1992년 창업한 이후 코스맥스의 목표는 세 가지였습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같은 국내 대기업의 주력 제품을 생산하고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며, 고객사와 10년 이상 장기 동반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자는 것이었죠. 대기업이 만들어 달라는 대로 제조만 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아닌 자체 연구·개발(R&D)을 기반으로 한 품질, 일본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을 바탕으로 한 발빠른 납품 등 ‘토털 서비스’가 이뤄지면서 세 가지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히트 상품은 뭡니까.

“로레알에 공급하는 ‘젤 아이라이너’가 단일 품목으로는 최초로 누적 판매량 1600만개를 돌파했습니다. 그동안 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판매하다가 작년부터 유럽에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다른 명칭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국내 화장품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더페이스샵, 미샤 등 브랜드숍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더샘(한국화장품) 홀리카홀리카(엔프라니) 등 새 브랜드숍도 생겼습니다. 두 회사 모두 코스맥스가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브랜드숍이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하면 우리가 제조하는 물량도 더 많아질 것으로 봅니다.”

▶중국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이 올초부터 중국에 본격적으로 상륙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로레알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거래하며 축적한 해외 진출 노하우를 이들에게 제공하게 된 것이죠. ‘윈윈’입니다. 지난 8월 상하이 코스맥스 공장 증축이 완료되면서 올 하반기부터 생산능력이 연간 8000만개에서 1억개로 늘어났습니다. 내년 하반기에 광저우 공장까지 완공되면 중국법인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 중국법인 매출은 전년보다 50% 성장한 25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400억원 정도로 예상하는데, 59% 정도 성장하는 것이죠. 5년 내 중국법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지를 것 같습니다. 현재로선 5년 뒤 3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당장 2, 3년 뒤에는 충칭이나 베이징 등 서부 내륙 또는 북부지역에 생산설비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입니다.”

▶중국사업이 고속성장하는 요인은 뭡니까.

“우선 중국 화장품 시장 급팽창을 꼽을 수 있습니다. 10년 전에 중국을 ‘공장’이 아니라 ‘시장’으로 보고 진출했습니다. 이 전략이 맞아떨어졌습니다. 인건비와 땅값이 가장 비싼 상하이에 진출한 것도 주효했습니다. 패션과 경제의 중심지인 상하이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다른 곳 제품에 비해 가치를 더 인정받고 있습니다. 중국에 R&D연구소를 설립해 제품 현지화에 힘쓴 것도 도움이 된 것 같고요. 그래서인지 한국 본사의 매출이 2004년 380억원에서 2010년 1555억원으로 7년 사이에 3배 성장했는데, 중국 법인은 이보다 성장세가 더 빠릅니다. 지난해에는 중국 정부에서 한국 화장품업체로는 유일하게 ‘차이나’ 상호를 허가해 ‘코스맥스 상하이’에서 ‘코스맥스 차이나’로 바꿨습니다.”

▶‘차이나’라는 상호를 쓰게 되면 무슨 혜택이 있습니까.

“중국에서는 ‘차이나’라는 상호를 마음대로 쓸 수 없습니다. 법률상 중국 법인이 되려면 5000만위안을 자본금으로 납입한 후 3년이 지나야 한다는 조건과 더불어 사업성, 성장성 평가를 통과해야만 그 명칭을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중앙기업이 됐다는 의미죠. 고객사에 상당한 신뢰를 줄 수 있고, 상하이 이외 지방에서 마음대로 ‘코스맥스’라는 상호를 쓰지 못하게 막는 지식재산권 효과도 있습니다.”

▶웅진코웨이 등이 잇따라 화장품사업에 진출하고 있는데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은 외주 비중이 70%를 넘습니다. 아웃소싱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죠. 국내 화장품산업도 생산과 유통이 분화되는 추세입니다. 새로운 기업이 화장품사업에 뛰어들면 당연히 코스맥스 같은 기업을 찾게 될 것입니다.”

▶사업영역을 넓힌 제약 등의 성과는 어떻습니까.

“2007년 3억원을 투자해 지분 60%를 인수한 건강기능식품업체 일진제약은 지난해 259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거죠. 기적 같습니다. 올해는 전년보다 40억원 정도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잘 안 되는 회사를 보면 보통 경영진과 직원 간에 친밀감이 없거나 공장·연구소에 투자를 안 하죠. 그래서 제품력도 약합니다. 이 모든 걸 코스맥스 식으로 뜯어고쳤습니다. 그동안 100억원 이상 투자했습니다. 인수하자마자 한 달에 한 번씩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매출과 이익 등 회사 경영실적을 직원들에게 모두 공개했고, 연구소를 설립해 일본과 기술 제휴를 추진했습니다. 일진만 생산할 수 있는 특수한 제품(다이어트 식품, 홍삼, 오메가3, 글루코사민 등)을 만들어내니까 아모레퍼시픽·허벌라이프·LG생활건강 등 큰 기업들과 거래를 넓히게 된 겁니다.”

▶코스맥스 고위 임원들은 대부분 국내 최대 화장품업체에서 임원을 지낸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스카우트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대부분 1 대 1로 관계를 맺어 5~10년 공을 들인 사람들입니다. 일이 있든 없든 정기적으로 만나서 인간관계를 맺었고 평소 정보도 주고받고 서로 친밀감을 가져오던 차에 같이 일할 계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게 되죠.”

▶한국 화장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왜 뜬다고 보십니까.

“한류 붐을 타고 시너지를 낸 측면이 크지만 사실 그 배경에는 섬세한 성향을 가진 소비자들이 국산 화장품의 세계화를 이끈 밑거름이 됐습니다. 일례로 저녁에 바르는 화장품이 중국은 세 가지, 프랑스는 다섯 가지인데 한국 소비자는 평균 일곱 가지나 됩니다. 깐깐한 소비자들로 인해 세계가 인정할 만한 다양하고 품질 좋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봅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