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1인당 소득이 10년째 2만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물론 1970년대 국민소득 1000달러, 수출 100억달러 달성 구호와 비교하면 30년 만에 국민 1인당 소득이 20배나 수직 상승했다.

요즘은 국민소득 수준에 따라서 시장 요구 내용이 바뀌고 있다. 소득 5000달러 전까지는 트리즈의 S자 진화 곡선에서 유아기, 생존기로 이때는 먹고사는 자체가 중요했다. 5000달러 시대에서 마이카 붐이 일었던 기억이 있다. 산업계에서는 정리, 정돈의 5S, 전사적 품질관리(TPM)를 통해 기본적인 품질이 갖춰진 상품을 생산하면서 중진국으로 진입, 성장기에 들어섰다.

1만달러 시대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디자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산업계는 ‘식스 시그마’로 대표되는 품질 관리와 안정에 힘을 쏟았다. 사회에는 물질 만능주의의 흐름이 생기면서 빠른 시간에 2만달러의 언덕에 올라왔지만 국민소득 정체기를 맞고 있다.

소비자들은 웰빙에서 웰다잉(well-dying)까지 생각할 만큼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명품과 고급 서비스를 찾기 시작했다. 산업계는 고품질은 기본이고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상품을 내놓고 있다.

중진국의 S자 곡선에서 선진국으로 향하는 또 다른 S자 곡선에 어떻게 올라탈 수 있을까. 선진국이 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이다. 10년 뒤 대학 지원 연령층은 연 60만명에서 40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 인구 통계 숫자로 국민총생산 비율을 계산해 보자. 만약 60만명이 2만달러의 소득을 만들어 내고 있다면, 40만명으로 4만달러 소득에 도달하기 위해선 부가가치가 3배 큰 일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 축구도 월드컵에서의 첫 16강 진출보다 이제 세계 8강, 4강 진출이 훨씬 더 힘들듯이 국민소득 4만달러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부자 스포츠였던 여자 골프를 보자.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박세리 선수가 맨발 투혼으로 보여줬던 미국 여자프로골프대회(LPGA) 우승은 국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감동을 줬다. 이를 보고 자란 요즘 20대 여자 골프 선수들이 최근 100승 고지를 달성했다.

세계의 변방이었던 한국 축구와 골프는 어떻게 이렇게 단기간에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었을까. ‘붉은 악마’의 열정에다 지도자들의 과학적인 훈련과 발전적 인프라를 만들어 가면서 지속적으로 노력한 덕분이다. 싸고 좋은 제품으로 선진국을 모방해 따라가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은 한계에 와 있다. 국민소득에 걸맞은 과학적인 혁신 시스템, 창의적인 인재 육성, 교육 시스템, 트리즈 같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도출 방법의 활용이 필요한 때다.

소득 ‘2만달러 고개’ 탈출  트리즈 S곡선 타려면 신성장 산업 키워야
금 모으기 같은 창의적인 국민 운동과 1년에 300조원이 낭비된다는 사회 갈등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 행정, 사회가 선진국 수준의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특히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 대학은 우수한 입학 자원을 경쟁적으로 뽑는 노력 뿐만 아니라 창의적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대학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한다.

산업적 관점에서는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 산업의 육성이 시급한다. 핵심 부품과 소재산업, 소프트웨어 개발, 관광, 의료, 전시, 연구개발 등을 키워나가야 한다. 글로벌 강소기업, 개인 사업자, 창의적 인재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한국산업기술대 교수·한국트리즈학회 총무이사 lkw@kpu. ac.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