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춤추게 하는 ‘信바람’ 경영…세계 DB서비스 시장 최강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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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Practice
세계 최대 비상장 SW업체 SAS의 성공비결
개인 집무실에 근무도 맘대로 2년째 ‘일하고싶은 기업 1위’
고객 원하는 제품만 개발…구매고객엔 평생 무료AS
창사이래 매년 두자릿수 성장…올매출 27억弗 전망 사상최대
세계 최대 비상장 SW업체 SAS의 성공비결
개인 집무실에 근무도 맘대로 2년째 ‘일하고싶은 기업 1위’
고객 원하는 제품만 개발…구매고객엔 평생 무료AS
창사이래 매년 두자릿수 성장…올매출 27억弗 전망 사상최대
회사원 A씨는 사장처럼 개인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33㎡(약 10평) 남짓한 크기의 사무실에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1주일에 두 번 회사에서 피부관리를 받고, 머리도 회사 미용실에서 깎는다. 오후엔 사무실 옆 헬스장에서 운동을 즐긴다. 휴가 때 해외여행을 가기 전엔 예방접종도 회사 내 의료센터에서 해결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캐리에 위치한 세계 최대 비상장 소프트웨어 업체 SAS인스티튜트 직원 얘기다. 기업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서비스 분야에서 SAS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은행들이 테러리스트 계좌를 추적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 미국 정부가 아니라 SAS’란 말이 있을 정도다. 미 통계국에서 인구를 집계하고 분류할 때도 이 회사의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높은 경쟁력의 비결은 회사가 직원들을 신뢰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고, 고객 중심 경영을 추구한 결과다. SAS는 2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로 뽑혔다. 회사 설립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존중하고 신뢰하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원에서 통계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짐 굿나이트는 1976년 동료 3명과 함께 SAS를 설립했다. 창업하기 전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근무했던 그는 수직적이고 복종을 중시하는 조직문화에 거부감을 느꼈다. 굿나이트는 회사를 세우면서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하나는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자가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SAS는 먼저 모든 직원에게 사장처럼 개인 사무실을 제공했다. 직원 모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근무할 수 있는 공간을 갖게 한 것이다. 또 다양한 보육 및 복지 시설을 갖추고 모든 직원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SAS 회사 내 의료진도 최고 수준이다. 각종 건강검진은 무료다. 농구장 13배 크기(5400㎡)의 헬스장도 들어서 있다. 근무 중 원한다면 언제든지 예약 없이 미용실 네일숍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굿나이트 최고경영자(CEO)는 “내가 받고 싶은 대접을 직원들에게 똑같이 해주려고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SAS의 이런 방침은 직원에 대한 전적인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 SAS는 병가제도가 없다. 몸이 아프면 그냥 쉬면 된다. 개인에 대한 실적 평가도 하지 않는다. 근무일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대신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검사자의 이름을 적어넣는 실명제 등을 통해 직접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모든 직원은 정규직
IT 거품이 정점에 올랐던 2000년대 초 대부분 경쟁 업체들은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회사를 상장했다. 단번에 몸집을 불리는 모험을 한 것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정규직 직원을 줄이는 데도 주력했다. 이에 반해 SAS는 요리사에서 프로그램 개발자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만들었다. 직원을 해고한 적도 없다.
회사 설립 초기(1980년대) SAS는 경쟁 업체 SPSS와 매출이 비슷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두 회사의 운명이 갈렸다. 1994년 벤처투자자들이 SPSS의 지분을 인수했고 회사는 상장됐다. SPSS는 단기간에 덩치를 키우기 위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개발비를 대폭 삭감했다. 이 과정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회사를 떠났고, 회사의 경쟁력은 추락했다.
반면 SAS는 상장과 인수로 회사를 키우기보다는 사람에 투자했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연구 프로젝트가 있으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SAS의 연구개발비는 전체 매출의 25%에 달한다. 그 결과 2006년 SPSS 매출은 2억6100만달러에 그쳤지만, SAS는 19억달러를 기록했다. 굿나이트 CEO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올해 매출도 지난해보다 12% 증가한 27억2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통계분석프로그램 시장에서 SAS의 점유율은 전년(34.7%)보다 1.4% 상승한 35.2%로 1위를 차지했다. ‘IT 공룡’ IBM 점유율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IT업계의 이직률은 평균 20%로 다른 산업보다 높다. 그러나 SAS의 이직률은 5%에 불과하다. 데이비드 루소 인사담당 부사장은 “5%의 이직률도 배우자를 따라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퇴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직원 한 사람을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이 해당 직원 연봉의 두 배라는 것을 감안하면 연간 1억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막연한 ‘고객 중심’은 버려라”
2006년 10월 굿나이트 CEO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어느날 SAS 직원은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오라클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회사에 300여개의 오류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SAS 직원은 오라클이 고객사에 당연히 서비스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오라클은 뜻밖에도 “기업 고객 중 가장 먼저 서비스를 받고 싶으면 프리미엄서비스패키지를 구매하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 말을 들은 굿나이트 CEO는 오라클에 “연간 유지비를 받는 것도 모자라 자신들이 만든 시스템의 오류를 빨리 고치고 싶으면 돈을 더 내라니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SAS의 제품에는 보증기간이 없다. SAS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한 고객은 평생 기술 지원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굿나이트 CEO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돈을 주고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뒤 그 제품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히 회사의 책임”이라고 강조한다.
SAS의 이 같은 방침은 높은 고객 충성도로 이어지고 있다. SAS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고객의 이탈률은 2% 미만으로 업계 평균의 절반도 안 된다. IDC 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100대 기업의 약 80%가 SAS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캐리에 위치한 세계 최대 비상장 소프트웨어 업체 SAS인스티튜트 직원 얘기다. 기업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서비스 분야에서 SAS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은행들이 테러리스트 계좌를 추적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 미국 정부가 아니라 SAS’란 말이 있을 정도다. 미 통계국에서 인구를 집계하고 분류할 때도 이 회사의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높은 경쟁력의 비결은 회사가 직원들을 신뢰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고, 고객 중심 경영을 추구한 결과다. SAS는 2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로 뽑혔다. 회사 설립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존중하고 신뢰하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원에서 통계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짐 굿나이트는 1976년 동료 3명과 함께 SAS를 설립했다. 창업하기 전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근무했던 그는 수직적이고 복종을 중시하는 조직문화에 거부감을 느꼈다. 굿나이트는 회사를 세우면서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하나는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자가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SAS는 먼저 모든 직원에게 사장처럼 개인 사무실을 제공했다. 직원 모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근무할 수 있는 공간을 갖게 한 것이다. 또 다양한 보육 및 복지 시설을 갖추고 모든 직원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SAS 회사 내 의료진도 최고 수준이다. 각종 건강검진은 무료다. 농구장 13배 크기(5400㎡)의 헬스장도 들어서 있다. 근무 중 원한다면 언제든지 예약 없이 미용실 네일숍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굿나이트 최고경영자(CEO)는 “내가 받고 싶은 대접을 직원들에게 똑같이 해주려고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SAS의 이런 방침은 직원에 대한 전적인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 SAS는 병가제도가 없다. 몸이 아프면 그냥 쉬면 된다. 개인에 대한 실적 평가도 하지 않는다. 근무일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대신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검사자의 이름을 적어넣는 실명제 등을 통해 직접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모든 직원은 정규직
IT 거품이 정점에 올랐던 2000년대 초 대부분 경쟁 업체들은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회사를 상장했다. 단번에 몸집을 불리는 모험을 한 것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정규직 직원을 줄이는 데도 주력했다. 이에 반해 SAS는 요리사에서 프로그램 개발자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만들었다. 직원을 해고한 적도 없다.
회사 설립 초기(1980년대) SAS는 경쟁 업체 SPSS와 매출이 비슷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두 회사의 운명이 갈렸다. 1994년 벤처투자자들이 SPSS의 지분을 인수했고 회사는 상장됐다. SPSS는 단기간에 덩치를 키우기 위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개발비를 대폭 삭감했다. 이 과정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회사를 떠났고, 회사의 경쟁력은 추락했다.
반면 SAS는 상장과 인수로 회사를 키우기보다는 사람에 투자했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연구 프로젝트가 있으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SAS의 연구개발비는 전체 매출의 25%에 달한다. 그 결과 2006년 SPSS 매출은 2억6100만달러에 그쳤지만, SAS는 19억달러를 기록했다. 굿나이트 CEO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올해 매출도 지난해보다 12% 증가한 27억2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통계분석프로그램 시장에서 SAS의 점유율은 전년(34.7%)보다 1.4% 상승한 35.2%로 1위를 차지했다. ‘IT 공룡’ IBM 점유율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IT업계의 이직률은 평균 20%로 다른 산업보다 높다. 그러나 SAS의 이직률은 5%에 불과하다. 데이비드 루소 인사담당 부사장은 “5%의 이직률도 배우자를 따라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퇴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직원 한 사람을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이 해당 직원 연봉의 두 배라는 것을 감안하면 연간 1억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막연한 ‘고객 중심’은 버려라”
2006년 10월 굿나이트 CEO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어느날 SAS 직원은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오라클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회사에 300여개의 오류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SAS 직원은 오라클이 고객사에 당연히 서비스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오라클은 뜻밖에도 “기업 고객 중 가장 먼저 서비스를 받고 싶으면 프리미엄서비스패키지를 구매하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 말을 들은 굿나이트 CEO는 오라클에 “연간 유지비를 받는 것도 모자라 자신들이 만든 시스템의 오류를 빨리 고치고 싶으면 돈을 더 내라니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SAS의 제품에는 보증기간이 없다. SAS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한 고객은 평생 기술 지원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굿나이트 CEO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돈을 주고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뒤 그 제품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히 회사의 책임”이라고 강조한다.
SAS의 이 같은 방침은 높은 고객 충성도로 이어지고 있다. SAS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고객의 이탈률은 2% 미만으로 업계 평균의 절반도 안 된다. IDC 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100대 기업의 약 80%가 SAS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