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열ㆍ대ㆍ메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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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여심을 사로잡는 TV드라마 속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의 모습이다. 외모 · 지위 · 돈 모두 갖춘데다 다른 사람에게나 까다롭지 사랑하는 여인에겐 학벌 · 집안 · 과거 아무 것도 따지지 않는다. 현실은? "밥 샀으니 커피는 네가 사지" "두 사람 봉급 모으면 얼마나 될까" "전세금 부족한데 보탤래"다.
철없을 때면 모르되 20대 후반만 돼도 결혼은커녕 연애도 쉽지 않다. 재벌2세 훈남(보고 있으면 훈훈해지는 남자)까진 아니더라도 키 · 직업 · 성격 정도는 웬만하면 좋겠는데 그런 사람도 흔하지 않다. 직업이 괜찮다 싶으면 키가 작고,외모가 어지간하면 미래가 불확실하기 일쑤다.
직장 일로 바쁜데다 '벌써 뭐' 하다 보면 서른 지나 소개팅도 줄어든다. 그렇다고 나이에 떠밀려 무작정 결혼할 순 없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겨우 취업해 자리잡으려다 보면 어느 새 30대 중반을 넘어 후반이다. 나이들수록 어린 여성을 찾거나 이것저것 따지는 게 늘어난다.
열렬히 사랑하고(열),대학을 졸업했으며(대),노동당원증을 메고(메),오장육기(기)도 마련해줄 남성을 원한다는 것이다. 오장은 이불장 · 옷장 · 책장 · 신발장 · 찬장,6기는 TV · 녹음기 · 냉장고 · 선풍기 · 세탁기 · 사진기.1등 신랑감 조건에 자상함이 포함된 이유는 주로 여성의 경제력 상승이지만 '겨울연가'같은 남쪽 드라마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진다.
남쪽의 신데렐라 드라마가 북한 여성의 결혼관도 바꿔놨단 얘기다. 북한의 지난해 평균 초혼연령은 남성 29세,여성 25.5세다. 우리는 이제쯤 드라마가 대리만족 수단일 뿐인 걸 알지만 북한 여성들은 현실일 수도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이래저래 북한에도 노처녀 노총각이 늘어나게 생겼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