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스, 600억 '키코의 늪' 벗어났다
LCD(액정표시장치) 부품업체 디에스(대표 이승규 · 오인환)가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의 늪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채권은행인 SC제일은행이 키코 미지급 잔액 600여억원을 이 회사 홍콩 계열사 주식과 맞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당 가치를 6배로 평가받으면서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는 SC제일은행과 홍콩 소재 계열사 '디에스 아시아 홀딩스'(DS ASIA HOLDINGS) 지분 14.99%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디에스는 이자를 포함한 키코 미지급 잔액 603억원 가운데 매각 지분에 해당하는 218억원어치를 즉시 상환하게 됐다. 나머지 385억원은 우선 장기 저리대출(연리 0.375%)로 전환하되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청구권을 부여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제조업체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최대 지분이 15% 미만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14.99%만 매입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에스, 600억 '키코의 늪' 벗어났다
특히 액면가 1홍콩달러인 홍콩 계열사 주식을 6배인 6홍콩달러에 매각하면서 차액 5홍콩달러만큼의 영업외이익이 100억원어치 유입됨으로써 부채감소 및 손익개선에 따른 큰 폭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누리게 됐다.

SC제일은행이 채무와 주식을 교환하는 출자전환을 결정한 것은 디에스 홍콩 계열사가 지배하고 있는 중국 법인에 대한 실적 기대감에서다. 국내 LCD 물량이 중국으로 이전되면서 현지 LCD 부품업계도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디에스 중국 법인은 지난 2분기부터 분기 기준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385억원 규모의 대출에 전환권이 부여된 것도 향후 추가적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홍콩 계열사의 상장 기대감도 한몫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중국 법인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제3 평가기관의 경영진단 결과와 함께 디에스 아시아 홀딩스의 상장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계약이 성사됐다"고 강조했다.

디에스는 키코 부담에서 벗어남에 따라 기존 LCD 백라이트(BLU) 사업과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사업을 비롯한 신규사업 시장지배력 확대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