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전 국무총리(75 · 사진)가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

그는 10일 국제금융포럼이 열리고 있는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1997년 한국 태국 등 아시아국가들의 구제금융 조건이 지금의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보다 얼마나 혹독했는지를 비교해 보면 IMF의 보편성과 객관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및 IMF가 유럽의 재정위기가 주변국으로 전염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위기와 관련이 없는 아시아 국가나 신흥공업국으로 피해가 확산되는 데 대해서는 전혀 성의를 보이고 있지 않다"며 "개발도상국의 무역자금을 어떻게 조달해주고,갑작스러운 자본 유출은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 전 총리는 "그리스를 비롯한 재정위기 국가들은 아시아국가로부터 교훈을 배워 경제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유럽 각국도 기득권을 포기하고 유럽중앙은행(ECB)에 유로존의 중앙은행 역할을 맡겨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현재 국제금융질서는 중국은 물론 한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럽 재정위기가 마무리되면 경제 규모에 맞게 금융질서를 개편하는 IMF의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