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銀 '인플레 용인' 생각할 때가 진짜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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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볼커 - 현오석 KDI 원장 대담
한국 경제 외부변수 커도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 없어
최근 월가 점령 시위는 소득의 불공정 분배가 원인
한국 경제 외부변수 커도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 없어
최근 월가 점령 시위는 소득의 불공정 분배가 원인
"1965년 체이스맨해튼은행에 몸담고 있던 시절 서울을 처음 방문했다. 첫 외국은행 지점이 서울에 개설됐는데 내가 아시아 담당이었다. 당시 서울은 '엉망진창'이었는데 높은 교육열 덕에 50년 만에 몰라보게 바뀌었다. "
폴 볼커 전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은 지난 1일부터 사흘간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 주최 '글로벌 인재포럼 2011'이 끝난 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대담했다.
▼현오석 원장=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Fed는 전통적으로 시장 안정,물가 안정에 정책의 중점을 둬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널리 알려진 볼커 전 위원장이 활동하던 시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폴 볼커 전 위원장=몇 달 전부터 Fed 안팎의 여러 사람이 '작은 인플레이션은 용인할 만하다'는 생각에 유혹당한 것처럼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당장의 위협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 미국은 매우 복잡한 양적완화라는 과제에 봉착했다.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을 '원하고' 중앙은행이 조심스럽게 인플레이션을 '조장해도 된다'고 생각할 때가 진정한 위험에 빠지는 때다.
▼현 원장=미국과 유럽 경제 모두 불안하다. 글로벌 경제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한국 내 일각에선 세계 경제와 한국이 너무 연결돼 있어 외부 요인의 영향을 지나치게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볼커=한국이 유럽과 북미 경제의 영향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다. 때마침 유럽과 미국 모두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흥국과 한국,대만 등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측면도 있다. 한국의 성장세가 과거보다 둔화될 수도 있고 글로벌 경제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영향에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현 원장=최근 월가점령 시위 같은 운동이 세계적으로 발생했다. 많은 사람이 대중의 분노를 이유로 꼽고 있다.
▼볼커=소득이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아 발생한 사태다. 미국에서 세금 납부 기준으로 상위 0.1%가 전체 수입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유일하게 비교할 만한 시점이 경제대공황 직전인 1928~1929년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수입의 12%가 아니라 3~4%만 상위 0.1%에 집중됐다. 만약 제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들이 고소득을 올렸다면 이런 반발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부자라고 불만을 늘어놓지 않는다. 결과물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 부문은 얘기가 다르다.
▼현 원장='볼커룰'에 대한 월가의 불만이 적지 않다. 외신을 보면 '볼커룰' 때문에 일부 투자은행은 사업을 포기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 규제가 월가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불만이 많다.
▼볼커=규제의 역할이 은행의 수익을 키우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은행의 수익을 늘리려고 자본을 확충하는 것은 아니다. 거래가 지속되고 경제가 잘 굴러가도록 하는 게 규제기관의 역할이다.
김동욱/허란 기자 kimdw@hankyung.com
폴 볼커 전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은 지난 1일부터 사흘간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 주최 '글로벌 인재포럼 2011'이 끝난 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대담했다.
▼현오석 원장=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Fed는 전통적으로 시장 안정,물가 안정에 정책의 중점을 둬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널리 알려진 볼커 전 위원장이 활동하던 시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폴 볼커 전 위원장=몇 달 전부터 Fed 안팎의 여러 사람이 '작은 인플레이션은 용인할 만하다'는 생각에 유혹당한 것처럼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당장의 위협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 미국은 매우 복잡한 양적완화라는 과제에 봉착했다.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을 '원하고' 중앙은행이 조심스럽게 인플레이션을 '조장해도 된다'고 생각할 때가 진정한 위험에 빠지는 때다.
▼현 원장=미국과 유럽 경제 모두 불안하다. 글로벌 경제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한국 내 일각에선 세계 경제와 한국이 너무 연결돼 있어 외부 요인의 영향을 지나치게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볼커=한국이 유럽과 북미 경제의 영향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다. 때마침 유럽과 미국 모두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흥국과 한국,대만 등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측면도 있다. 한국의 성장세가 과거보다 둔화될 수도 있고 글로벌 경제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영향에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현 원장=최근 월가점령 시위 같은 운동이 세계적으로 발생했다. 많은 사람이 대중의 분노를 이유로 꼽고 있다.
▼볼커=소득이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아 발생한 사태다. 미국에서 세금 납부 기준으로 상위 0.1%가 전체 수입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유일하게 비교할 만한 시점이 경제대공황 직전인 1928~1929년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수입의 12%가 아니라 3~4%만 상위 0.1%에 집중됐다. 만약 제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들이 고소득을 올렸다면 이런 반발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부자라고 불만을 늘어놓지 않는다. 결과물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 부문은 얘기가 다르다.
▼현 원장='볼커룰'에 대한 월가의 불만이 적지 않다. 외신을 보면 '볼커룰' 때문에 일부 투자은행은 사업을 포기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 규제가 월가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불만이 많다.
▼볼커=규제의 역할이 은행의 수익을 키우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은행의 수익을 늘리려고 자본을 확충하는 것은 아니다. 거래가 지속되고 경제가 잘 굴러가도록 하는 게 규제기관의 역할이다.
김동욱/허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