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소신과 당론 사이' 오락가락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사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협상파인 김 원내대표가 강경파에 휘둘리면서 소신과 당론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형국이다. 그는 자신이 마련한 여당과의 합의안이 강경파에 거부당하면서 당내 입지가 흔들렸다. 하는 수 없이 강경파 목소리를 대변해온 김 원내대표는 최근 당내 온건파가 집단행동을 통해 협상론에 힘을 싣자 다시 자신의 소신을 강하게 피력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 언론에 "당내 강경파의 주장은 한 · 미 FTA 내용도 잘 모르고 무조건 반대하는 게 선이라고 생각하는 당 지지자들에게 쇼 한번 보여주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강경파들이 몸을 던져 막으라지만 못 막으면 어떻게 할 건가. 과거에 한 번이라도 성공한 적이 있나. 다 날치기로 끝났다"며 "협상파들은 강경파들의 그런 주장에 반대하는 것이고 협상파의 중심에 원내대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즉각적인 역공을 불러왔다. 유선호 의원은 성명을 통해 "원내대표의 처신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어제 언론에 한 발언이나 10월31일 의원총회에서 결정된 내용이나 당내 협상파가 내놓은 절충안은 토씨 하나 바뀌지 않고 똑같은 내용"이라며 "다들 FTA에 대해 몰라서 그러는데 공부 좀 하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절충안과 당론에는 엄밀한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김성곤 강봉균 의원 등 협상파는 절충안을 의총 표결에 부칠 것을 김 원내대표에게 요구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