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李대리, 年8000만원 버는데 연금펀드 아직?
중견 패션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이창현 대리(가명 · 35)는 자영업(사무용품 유통업)을 하는 아내와 맞벌이를 한다. 연 소득은 부부를 합쳐 세후로 8000만원 수준.

"친구들과 비교해봤을 때 버는 규모는 많은 편"이라고 스스로 평가하지만,모이는 돈은 많지 않다. 그는 2009년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한 채를 3억원에 매입했다. 이 중 1억5000만원은 연 5% 중반대 금리에,10년 거치 조건으로 대출받아 조달했다.

연 800만원 이상 들어가는 이자비용,여기에 생활비 육아비 등을 제외하면 1년에 저축 가능한 금액은 1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집값과 교육비,생활비 부담에 은퇴 준비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대한민국 30대의 '전형'인 셈이다.

◆'종잣돈'을 늘려라

이 대리는 대출 이자와 생활비 등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펀드 50%,예금 30%,보험 20%의 비중으로 붓고 있다. 펀드는 국내 및 해외,그리고 어린이 펀드에 전액 적립식으로 투자한다.

한국투자증권 강남 프라이빗뱅킹(PB) 센터 'V 프리빌리지(Privilege)'의 신동익 팀장은 이 대리의 자산 배분을 이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신 팀장은 "보험 비중을 5~10%로 줄이고 그만큼 펀드나 예금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정도면 전반적으로 무난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 팀장은 "30대 젊은 직장인들 중엔 주식 직접투자 비중이 금융자산의 90%를 넘는 등 지나치게 리스크가 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이 대리는 자산도 적절하게 분산돼 있고 월 수익도 충분한 편"이라며 "다만 대출 이자를 감안하더라도 지출이 많은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선 이 대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맞벌이로 주중에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적어 주말 외식이나 여행에 많은 돈을 쓴다"고 설명했다.

신 팀장은 "월급 통장,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저축용 통장,소비용 통장 등으로 통장을 세분화해 돈이 새 나가는 걸 막고 저축액을 지금보다 월 30만~40만원 정도 늘리는 작업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금저축펀드 빨리 가입해야

절약을 통해 확보한 돈은 어떤 대상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 신 팀장은 "현재 펀드 비중을 유지하되,연금저축펀드를 추가로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연금저축펀드는 복리효과로 인해 가입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퇴직 후 손에 쥐는 금액이 천차만별인 대표적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연 8%의 수익을 목표로 설계된 연금저축펀드에 매달 34만원을 투자한다고 하면 △30년 투자 시 4억8100만원 △20년 투자 시 1억9400만원 △10년 투자 시 6100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는 것.

◆'포기'가 30대 은퇴 준비의 가장 큰 적

신 팀장은 "집값 · 교육비 · 물가 등 3중고로 30대 직장인의 상당수가 노후 준비를 아예 포기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이 '100세 시대를 위한 습관 장기투자'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전국 20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7.4%가 "은퇴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신 팀장은 "은퇴 후 필요 자금으로 5억원 안팎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정도는 30대 초반부터 포기하지 않고 준비하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