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의견 가진 이사진 마감 직전까지 땀빼며 설득

SK텔레콤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10일 SK텔레콤은 이사회를 열고 하이닉스 입찰에 참여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SK텔레콤이 입찰제안서를 제출하면 이를 검토 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다만 SK텔레콤이 써낸 인수 가격 등이 맞지 않을 경우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당초 SK텔레콤은 본입찰 제안서 접수 마감일인 이날 오후 5시 직전까지도 참여 여부를 놓고 이사진간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다.

오전에 열기로 했던 이사진 간담회도 계속 미뤄져 결국 오후 3시께 간담회를 개최했고, 1시간 넘게 참여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그룹 리스크, 인수 가격 부담 등에 대해 이사들의 의견이 엇갈렸다"며 "막판까지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반대 입장을 보였던 이사진을 설득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물투자 손실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지금이 인수합병(M&A)을 진행하기에 적절한 시기냐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SK그룹 서린동 사옥에 있는 SK홀딩스, SK가스 등 일부 계열사와 을지로 SK텔레콤 빌딩, 그룹 관계자 자택 등 10여곳에 수사팀을 보내 회계장부와 금융거래 자료를 확보하는 등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그동안 물밑수사를 벌여오던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최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정황을 포착했단 의미"라는 해석을 내놨다.

최 회장은 선물옵션 상품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가 1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SK그룹 상무 출신인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 SK 계열사들이 투자하는 과정에서 일부 투자금을 전용해 최 회장의 선물투자금이나 손실액 보전에 썼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편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에 참여하기로 한데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황이 워낙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투자심리에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의 투자계획이나 방향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응 동부증권 연구원은 "시너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인수 과정이 길어지면서 우려가 어느 정도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주가가 크게 빠질 요인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인수가격과 투자계획 등을 살펴보며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이민하 기자 kyoung/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