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ㆍ호주 현대미술의 色다른 수다 '텔미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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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교류 50주년 기념 기획전…국립현대미술관, 130여점 전시
호주 미술이 한국 현대미술과 만났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과 호주 시드니 현대미술관(MCA)이 공동으로 마련한 '텔미텔미-한국 호주 현대미술 1976~2011'전을 통해서다.
한국과 호주 교류 50년을 맞아 기획한 이번 전시회는 1976년 제2회 시드니비엔날레에 이우환 심문섭 이강소 곽인식 등 한국 작가들이 참여하고 그해 백남준이 호주를 방문한 시점을 양국 미술 간 만남의 시작으로 보고 현재까지의 양국 현대미술을 조명한다.
내년 2월19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양국 작가 47명의 회화 · 조각 · 사진 · 비디오 설치작품 1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호주 원주민 미술의 대표작가 에밀리 캐임 캔와리와 냐판야파의 작품은 물론 스텔락과 존 데이비스 등의 실험적인 미술,루이즈 위버 · 브룩 앤드루 · 해리 뉴엘의 컨템포러리 아트가 두루 출품됐다. 국내 작가 중에서는 이우환 백남준 등의 1970년대 작품과 이수경 김범 양혜규 정서영 김을 등의 작품이 나와 있다.
전시장 중앙홀에는 브룩 앤드루가 2008년 벽화 형태로 그린 작품 '순환회로-세계의 작동 모델'이 걸렸다. 어머니의 출신 지역인 위라주리 원주민 부족의 방패 문양을 본떠 제작한 작품이다. 검은 줄무늬 위에 네온사인이 원초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끝없이 확장되는 느낌을 준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세상의 작동원리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심각한 주제를 무겁지 않고 흥미롭게 다루려 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 아티스트 티브이 무어는 43분짜리 영상 '네디 프로젝트'를 통해 범죄자와 함께 시작된 호주의 역사와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룬다. 의적 네드 캘리가 1880년 빅토리아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한 이야기,네디 스미스가 말년에 감옥에서 파킨슨 병으로 인해 떨리는 손으로 시계 수리에 열중하는 이야기 등이 작가가 직접 작곡한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호주 원시미술가 랄라라 가이야비쟈는 1970년대 제작한 수피화(樹皮畵 · 나무껍질 안쪽에 그린 그림) '여행하는 바위'를 내보인다. 거대한 형상과 두 명의 인물,뱀이 그려진 이 작품에는 부족원들만 아는 특별한 정보가 담겨 있어 관람객들이 그 의미를 상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1976년 시드니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이우환 씨의 설치작품 '상황Ⅰ'도 눈길을 끈다. 작은 돌멩이들로 지탱하는 커다란 캔버스 위를 백열등이 비추고 그 불빛을 따라 원 하나가 그려지는 이 작품은 사물은 본래 서로 다른 대상 간의 관계를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낸다는 작가가 가진 '만남'의 철학을 다룬 것이다.
실험적인 퍼포먼스 '서스펜션' 시리즈로 잘 알려진 스텔락은 피부 위에 수십개의 집게를 집어 공중 부양하는 1990년작 '앉아 흔들기 이벤트'를 출품했다. 간판이나 플래카드에 등장하는 단어들을 패널 156개에 재구성한 로버트 맥퍼슨의 11m짜리 작품,체조하듯 움직이는 세탁 건조대를 연속 촬영한 양혜규 씨의 흑백사진 '접힐 수 있는 것들의 체조'도 재미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관에서 떠나는 호주여행'을 주제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작품 감상 활동지를 무료로 나눠준다. 26일에는 수능 수험표를 지참한 수험생들에게 기념품과 호주영화 관람 기회도 제공한다. 관람료는 어른 5000원,학생은 무료.(02)2188-60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한국과 호주 교류 50년을 맞아 기획한 이번 전시회는 1976년 제2회 시드니비엔날레에 이우환 심문섭 이강소 곽인식 등 한국 작가들이 참여하고 그해 백남준이 호주를 방문한 시점을 양국 미술 간 만남의 시작으로 보고 현재까지의 양국 현대미술을 조명한다.
내년 2월19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양국 작가 47명의 회화 · 조각 · 사진 · 비디오 설치작품 1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호주 원주민 미술의 대표작가 에밀리 캐임 캔와리와 냐판야파의 작품은 물론 스텔락과 존 데이비스 등의 실험적인 미술,루이즈 위버 · 브룩 앤드루 · 해리 뉴엘의 컨템포러리 아트가 두루 출품됐다. 국내 작가 중에서는 이우환 백남준 등의 1970년대 작품과 이수경 김범 양혜규 정서영 김을 등의 작품이 나와 있다.
전시장 중앙홀에는 브룩 앤드루가 2008년 벽화 형태로 그린 작품 '순환회로-세계의 작동 모델'이 걸렸다. 어머니의 출신 지역인 위라주리 원주민 부족의 방패 문양을 본떠 제작한 작품이다. 검은 줄무늬 위에 네온사인이 원초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끝없이 확장되는 느낌을 준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세상의 작동원리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심각한 주제를 무겁지 않고 흥미롭게 다루려 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 아티스트 티브이 무어는 43분짜리 영상 '네디 프로젝트'를 통해 범죄자와 함께 시작된 호주의 역사와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룬다. 의적 네드 캘리가 1880년 빅토리아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한 이야기,네디 스미스가 말년에 감옥에서 파킨슨 병으로 인해 떨리는 손으로 시계 수리에 열중하는 이야기 등이 작가가 직접 작곡한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호주 원시미술가 랄라라 가이야비쟈는 1970년대 제작한 수피화(樹皮畵 · 나무껍질 안쪽에 그린 그림) '여행하는 바위'를 내보인다. 거대한 형상과 두 명의 인물,뱀이 그려진 이 작품에는 부족원들만 아는 특별한 정보가 담겨 있어 관람객들이 그 의미를 상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1976년 시드니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이우환 씨의 설치작품 '상황Ⅰ'도 눈길을 끈다. 작은 돌멩이들로 지탱하는 커다란 캔버스 위를 백열등이 비추고 그 불빛을 따라 원 하나가 그려지는 이 작품은 사물은 본래 서로 다른 대상 간의 관계를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낸다는 작가가 가진 '만남'의 철학을 다룬 것이다.
실험적인 퍼포먼스 '서스펜션' 시리즈로 잘 알려진 스텔락은 피부 위에 수십개의 집게를 집어 공중 부양하는 1990년작 '앉아 흔들기 이벤트'를 출품했다. 간판이나 플래카드에 등장하는 단어들을 패널 156개에 재구성한 로버트 맥퍼슨의 11m짜리 작품,체조하듯 움직이는 세탁 건조대를 연속 촬영한 양혜규 씨의 흑백사진 '접힐 수 있는 것들의 체조'도 재미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관에서 떠나는 호주여행'을 주제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작품 감상 활동지를 무료로 나눠준다. 26일에는 수능 수험표를 지참한 수험생들에게 기념품과 호주영화 관람 기회도 제공한다. 관람료는 어른 5000원,학생은 무료.(02)2188-60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