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차세대 전기자동차 500만대 보급 계획을 전면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한계에 부닥친 순수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이고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전기차가 늘어나도 환경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전기 생산에서 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11일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저장성(浙江省) 우전(烏鎭)에서 전기차 관련 정부 관계자 및 전문가 연석회의를 열고 차세대 전기차 개발 방향 전환에 대해 논의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기차가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고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고 △환경문제 해결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부가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2009년 1000억위안을 투자해 차세대 자동차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중 800억위안을 전기차에 배정, 2020년까지 전기차 500만대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었다. 나머지 200억위안은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배정했다. 그러나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는 성능 개선이 더디고 판매량도 저조한 상황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최근 당 기관지인 추스(求是)에 지방정부가 미숙한 전기차 기술에 돈을 쏟아붓는 행태를 비판하면서 "전기차가 제대로 시장에서 팔릴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2009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을 포함한 13개 도시에서 전기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최대 12만위안을 주는 보조금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제 전기차는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

중국 에너지운송혁신센터도 최근 정부에 "전기차를 굴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석탄을 사용해야 한다"며 "오히려 천연가스 사용 차량에 지원금을 늘리는 것이 환경보호에 더 이로울 것"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