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이탈리아 사태…'갈릴레오 격언' 읽어야 돈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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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위기는 세계경제와 직결…글로벌 해결 움직임 주목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20세기 초 옛 유럽의 영광을 되찾고자 자유사상가에 의해 구상된 '하나의 유럽'이라는 원대한 꿈이 이탈리아 사태를 계기로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유럽위기가 발생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단일 경제 현안으로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과 같은 경제소국에서 올 들어서는 스페인,이탈리아,심지어는 독일과 함께 최후 보루 역할을 해온 프랑스로까지 번지고 있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형적인 '그레샴의 전염효과'다.
여타 국가와 달리 이탈리아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3위,세계 8위의 경제대국이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주요 7개국(G7)의 일원으로 글로벌 스탠더드 제정과 이행을 주도해 왔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사태를 계기로 유럽 위기가 크게 두 가지,즉 위기 성격과 범위 면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나는 유럽위기가 특정 회원국의 재정문제에서 비롯됐지만 이제는 은행 또는 금융위기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더 이상 유로존 또는 유럽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위기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금융의 본래 기능과 '위기 진전 3단계론'을 토대로 볼 때 이번 사태가 조속한 시일 안에 해결되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종전과 달리 이탈리아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위기 극복 주체나 해결 방안에 있어서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위기극복 주체가 교체되고 있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개별 회원국의 재정위기였던 만큼 통합에 따른 이점이 많았던 프랑스와 독일이 위기 극복의 책임을 맡아 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행 또는 금융위기로 비화된 만큼 주무기관인 유럽중앙은행(ECB)이 본격적으로 나설 태세다. 마리오 드라기 신임 총재가 취임 직후 기준금리를 인하하고,아직까지 제한적이긴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처럼 국채 매입을 통해 양적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물가가 목표선을 1%포인트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물가 안정을 중시해온 ECB로서는 획기적인 조치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위기의 범위가 글로벌 성격을 띠는 만큼 국제금융시장 안정의 책임을 맡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종전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브릭스(BRICs) 국가 등을 대상으로 재원 확충에 나섰다. 내년 IMF 재원도 유럽위기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변경했다.
ECB,IMF가 유럽위기 극복에 나선다면 다양한 해결책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탈리아 사태만 하더라도 기존의 긴축안과 구제금융안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ECB가 위기 발생국의 국채를 매입하거나 지급보증을 해주는 방안이 예상된다. IMF도 자본 부족국에 지급하는 예비 신용공여가 가능하다.
위기 발생국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정치적 포퓰리즘의 상징이었던 지도자들이 속속 물러나는 대신 ECB,IMF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이 차기 지도자로 부각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이 지도자가 될 경우 ECB,IMF가 제시한 해결책을 신속하게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그리스 사태 이후 계속 문제가 돼온 도덕적 해이와 이에 따른 정책 실기(失機)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신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국민소득 대비 200%가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채를 갖고 있는 일본이 '국가 부도(default)' 우려에 시달리지 않는 것은 95%의 국채를 갖고 있는 국민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ECB,IMF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위기 발생국의 지도자가 교체된다면 막혔던 '신용선(credit line)'이 재개되면서 악화일로로 치달아온 유럽 위기가 극복 단계로 전환할 수 있다.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하더라도 유럽위기가 완전히 해결되기는 쉽지 않다.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 자본 편중국인 중국을 비롯한 BRICs와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위기 극복에 모두 동참하는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유럽 국가들도 유로화 가치 설정,재정통합 결여 등 통합이 갖고 있는 내부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 이탈리아 천문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극한 상황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고 던진 말 한마디가 훗날 평가받으면서 '지동설(heliocentric theory)'이 확고해 졌다. 이탈리아 사태로 유럽위기가 끝이 보이지 않는 듯 하지만 그 속에서 움트고 있는 새로운 위기 극복의 싹을 투자자들이 읽어야 후에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유럽위기가 발생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단일 경제 현안으로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과 같은 경제소국에서 올 들어서는 스페인,이탈리아,심지어는 독일과 함께 최후 보루 역할을 해온 프랑스로까지 번지고 있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형적인 '그레샴의 전염효과'다.
여타 국가와 달리 이탈리아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3위,세계 8위의 경제대국이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주요 7개국(G7)의 일원으로 글로벌 스탠더드 제정과 이행을 주도해 왔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사태를 계기로 유럽 위기가 크게 두 가지,즉 위기 성격과 범위 면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나는 유럽위기가 특정 회원국의 재정문제에서 비롯됐지만 이제는 은행 또는 금융위기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더 이상 유로존 또는 유럽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위기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금융의 본래 기능과 '위기 진전 3단계론'을 토대로 볼 때 이번 사태가 조속한 시일 안에 해결되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종전과 달리 이탈리아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위기 극복 주체나 해결 방안에 있어서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위기극복 주체가 교체되고 있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개별 회원국의 재정위기였던 만큼 통합에 따른 이점이 많았던 프랑스와 독일이 위기 극복의 책임을 맡아 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행 또는 금융위기로 비화된 만큼 주무기관인 유럽중앙은행(ECB)이 본격적으로 나설 태세다. 마리오 드라기 신임 총재가 취임 직후 기준금리를 인하하고,아직까지 제한적이긴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처럼 국채 매입을 통해 양적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물가가 목표선을 1%포인트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물가 안정을 중시해온 ECB로서는 획기적인 조치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위기의 범위가 글로벌 성격을 띠는 만큼 국제금융시장 안정의 책임을 맡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종전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브릭스(BRICs) 국가 등을 대상으로 재원 확충에 나섰다. 내년 IMF 재원도 유럽위기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변경했다.
ECB,IMF가 유럽위기 극복에 나선다면 다양한 해결책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탈리아 사태만 하더라도 기존의 긴축안과 구제금융안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ECB가 위기 발생국의 국채를 매입하거나 지급보증을 해주는 방안이 예상된다. IMF도 자본 부족국에 지급하는 예비 신용공여가 가능하다.
위기 발생국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정치적 포퓰리즘의 상징이었던 지도자들이 속속 물러나는 대신 ECB,IMF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이 차기 지도자로 부각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이 지도자가 될 경우 ECB,IMF가 제시한 해결책을 신속하게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그리스 사태 이후 계속 문제가 돼온 도덕적 해이와 이에 따른 정책 실기(失機)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신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국민소득 대비 200%가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채를 갖고 있는 일본이 '국가 부도(default)' 우려에 시달리지 않는 것은 95%의 국채를 갖고 있는 국민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ECB,IMF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위기 발생국의 지도자가 교체된다면 막혔던 '신용선(credit line)'이 재개되면서 악화일로로 치달아온 유럽 위기가 극복 단계로 전환할 수 있다.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하더라도 유럽위기가 완전히 해결되기는 쉽지 않다.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 자본 편중국인 중국을 비롯한 BRICs와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위기 극복에 모두 동참하는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유럽 국가들도 유로화 가치 설정,재정통합 결여 등 통합이 갖고 있는 내부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 이탈리아 천문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극한 상황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고 던진 말 한마디가 훗날 평가받으면서 '지동설(heliocentric theory)'이 확고해 졌다. 이탈리아 사태로 유럽위기가 끝이 보이지 않는 듯 하지만 그 속에서 움트고 있는 새로운 위기 극복의 싹을 투자자들이 읽어야 후에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