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산동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홍채 보안 전문업체 아이락글로벌의 사장실 앞.김성현 대표(42)는 문 앞 도어락에 붙어있는 동그란 거울 모양의 카메라에 12cm 정도 떨어져 눈을 맞췄다.

이내 ‘삐빅’ 소리가 나며 문이 열리고 김 대표의 출입 기록이 기기에 실시간으로 기록됐다.책상 위에 잠겨 있던 노트북도 그가 노트북에 연결된 조그만 홍채 인식기에 눈을 마주치자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작동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사전에 등록시킨 홍채를 인식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이라며 “어떤 환경에서도 홍채를 완벽하게 인식하는 기술로 해외에서 잇따라 계약을 따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락글로벌은 홍채 인식 분야의 원천 기술을 가지고 홍채인식 모듈,카메라,도어락,PC 보안 시스템 등을 만드는 회사다.동공의 주변부를 감싸고 있는 홍채는 지문처럼 사람마다 고유의 무늬를 가지고 있다.특수 카메라로 이를 촬영한 후 코드화시켜 본인 여부를 확인한다.이 회사는 특히 홍채의 형상을 30장 연속으로 찍어 보관하는 특허 기술을 보유,밝기 등의 변화와 상관 없이 어떤 환경에서도 등록된 홍채를 100% 인식하게 했다.

홍채는 시간이 지나도 지문처럼 닳거나 변하지 않고 위조할 방법도 없기 때문에 비밀번호나 지문 인식을 대체할 보안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그러나 해외의 큰 업체들에서조차 환경 변화시에 인식율이 급감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보급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서울 G20 행사 때 사용된 홍채 보안기는 에어콘 정도의 크기에 값은 3억원을 호가했다”며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크기를 줄이고 값은 10만원대로 책정해 보급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최종 제품을 개발한 후 올해 3월부터 영업을 시작,일본업체로부터 100만대 납품 계약을 따내는 등 이미 20~30여개의 해외 업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이 외에도 40~50여개국의 휴대폰,자동차,ATM 업체들과 모듈 납품 상담을 진행 중인만큼 내년부터는 연 1000억원의 매출을 무난히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07년 첫 제품을 만들고 청와대에 납품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환경 변화시 인식율이 떨어져 자체적으로 생산을 중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150억원을 투자하며 집중해 왔다”며 “박사급 연구원들이 매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보안의 패러다임을 바꿔보자’며 매달렸는데 이제야 빛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해킹 등 보안 사고가 잇따르면서 전세계적으로 보안 이슈가 커지고 있는 만큼 시장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게 그의 평가다.

김 대표는 “도어락이나 PC는 시작일 뿐 스마트폰,홈·폰뱅킹,ATM,포털,자동차 등 높은 보안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는 어디든 적용 가능한 기술”이라며 “보안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놓는 이 분야 글로벌 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