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알츠하이머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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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을 잊어버렸다. 왜 안나오느냐고 전화가 왔을 때 "아 참,맞아.미안해!"하면 건망증이다. 반면 "뭐,우리가 그런 약속을 했었다고?"하면 치매일 가능성이 높다. 증상은 그 밖에도 많다. 얼마 전 들었던 이야기를 잊어버리고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귀띔을 해줘도 기억하지 못한다,기억력이 나빠지는 것을 자신이 모르거나 부인한다,과거 기억에 비해 최근 기억이 현저하게 나빠진다,돈 계산을 자주 잘못한다 등이다.
치매는 뇌속 1000억개 신경세포가 천천히 죽어가며 생기는 병이다. 뇌 세포가 죽는 이유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서 변종 단백질이 만들어져 세포를 죽인다고 추측될 뿐이다. 문제는 치매의 50~6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이다. 혈관성 치매,알코올중독성 치매,파킨슨병성 치매 등은 일찍 발견하면 어느정도 치료나 예방이 가능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은 속수무책이다.
이 병은 유대계 독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1907년 학계에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서서히 발병하고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기억력만 잃는 게 아니라 식사 용변 옷입기 등 일상생활 능력이 떨어져 수발이 필요하다. 망상 환각 불안 흥분 불면 등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한다. 요즘 방영중인 SBS TV 드라마 '천일의 약속'의 여주인공 서연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자 "혹시 나도 치매 아닌가"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부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 알츠하이머 환자는 20만명쯤 된다. 대다수가 50세 이후 발병하지만 서연처럼 젊은 환자도 2000여명이란다. 젊을수록 절망감은 더 크다. 서연은 남자친구 지형에게 이렇게 절규한다. "내가 당신 삶까지 삼켜버릴 수 없어.이 말 꼭 기억해줘.내가 당신 얼굴도 이름도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멍청이로 이 세상에서 밀려난 뒤에도 꼭 기억하고 있어줘.당신 삶까지 망가뜨릴 수 없어.그건 내가 아는 사랑이 아니야.…나는 고장 나고 있어."
치료제 개발을 위해 각국 제약업체들이 치열하게 달려들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줄기세포를 통한 치료도 실험단계다. 지금으로선 조기 발견해 진행을 늦추는 게 최선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가족들에게만 떠맡길 일도 아니다. 얼마전 '치매관리법'도 공포됐으니 공공 차원에서 예방 검진 관리 등에 체계적으로 나서야 할 것 같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치매는 뇌속 1000억개 신경세포가 천천히 죽어가며 생기는 병이다. 뇌 세포가 죽는 이유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서 변종 단백질이 만들어져 세포를 죽인다고 추측될 뿐이다. 문제는 치매의 50~6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이다. 혈관성 치매,알코올중독성 치매,파킨슨병성 치매 등은 일찍 발견하면 어느정도 치료나 예방이 가능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은 속수무책이다.
이 병은 유대계 독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1907년 학계에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서서히 발병하고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기억력만 잃는 게 아니라 식사 용변 옷입기 등 일상생활 능력이 떨어져 수발이 필요하다. 망상 환각 불안 흥분 불면 등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한다. 요즘 방영중인 SBS TV 드라마 '천일의 약속'의 여주인공 서연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자 "혹시 나도 치매 아닌가"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부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 알츠하이머 환자는 20만명쯤 된다. 대다수가 50세 이후 발병하지만 서연처럼 젊은 환자도 2000여명이란다. 젊을수록 절망감은 더 크다. 서연은 남자친구 지형에게 이렇게 절규한다. "내가 당신 삶까지 삼켜버릴 수 없어.이 말 꼭 기억해줘.내가 당신 얼굴도 이름도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멍청이로 이 세상에서 밀려난 뒤에도 꼭 기억하고 있어줘.당신 삶까지 망가뜨릴 수 없어.그건 내가 아는 사랑이 아니야.…나는 고장 나고 있어."
치료제 개발을 위해 각국 제약업체들이 치열하게 달려들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줄기세포를 통한 치료도 실험단계다. 지금으로선 조기 발견해 진행을 늦추는 게 최선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가족들에게만 떠맡길 일도 아니다. 얼마전 '치매관리법'도 공포됐으니 공공 차원에서 예방 검진 관리 등에 체계적으로 나서야 할 것 같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