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권한 남용 우려"
최근 감사원이 금융공기업과 금융감독원 등을 대상으로 한 감사 과정에서 민간증권사 직원의 계좌정보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증권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몇몇 감사원 퇴직자가 금융업체 감사로 간 것과 연결시켜 "금융계에 감사원 퇴직자 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 위한 감사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연세대는 대학등록금 감사와 관련해 지난 1일 "사립대 감사는 헌법이 정한 대학의 자율성과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고려대 등 다른 사립대들도 동참할 태세다. 감사원은 "법적 문제가 없음은 물론 상당한 수준의 비위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꼭 필요한 감사"라고 반박한다.
감사원이 이 같은 기획감사의 법적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감사원법 23 · 24조다. 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민법 또는 상법 외의 다른 법률에 따라 설립된 단체에 소속된 자의 회계사무와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직원의 직무'를 감사할 수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피감기관의 직원이 법적으로 해야 하는 행정사무도 잘 하고 있는지 감사할 권한이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감원은 증권사 직원들이 불법 계좌를 만들었는지 여부를 감독하도록 돼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득이 감사원이 나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립대학도 민법과 상법에 의해 설립된 단체가 아니므로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감사원의 법 해석을 따르면 권력남용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피감기관의 법적 업무 범위는 해석에 따라 무한정 넓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감사원법에는 감사원의 감사 범위나 권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했다.
예컨대 감사원의 논리대로라면 감사원은 국세청이 민간기업의 탈세 등을 잘 감독하고 있는지를 감사하기 위해 직접 민간기업의 회계정보를 감찰할 수 있다는 것이냐는 반론이다.
감사원은 "개인정보보호법이나 헌법 등 다른 법의 견제를 받기 때문에 권력남용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다른 법에 의한 견제는 고발을 하고 법원의 판례가 나와 그것이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제한할 때만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피감기관이 감사원을 고발할 가능성은 극히 낮고 판례도 많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갈등이 있으면 법률에 따라 시비가 가려져야 하는데 이를 판단할 마땅한 법이 없는 게 문제"라며 "감사원법 내에 감사 범위를 정하는 특별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학 등록금에 대한 감사나 민간 증권사 직원 계좌를 요청하는 것이 위법성이 없고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면 왜 이제까지는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기획감사는 권력자 의중에 따라 잘못 활용될 가능성이 있고 그런 전례도 있으므로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