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기의 '월요전망대'] 체감경기 악화…3분기 가계소득 늘어날까
"경제는 좋은데 민생이 어렵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인 2006년 8월 한 언론과의 대담에서 이렇게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2006년 경제성장률은 5.7%였다. 당시 발언의 요지는 민생경제가 어려운 점은 참으로 안타깝고 국민들께 송구스럽지만 이를 경제실패나 국정실패와 연결짓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민들의 체감경기와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여론이 빗발쳤고 정치권도 이를 문제삼았다. 결국 권오규 당시 경제부총리가 국회 답변을 통해 "민생경제가 대단히 어려운 시점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죄하고서 사태가 정리됐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용대박'이라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가 17개월 만에 최고치인 50만명을 기록하고 실업률도 완전고용상태를 의미하는 3.0% 미만인 2.9%로 떨어지자 '고용대박'이라고 평가한 것이 문제가 됐다.

본인은 "신세대 용어를 빌려 실감나게 표현하자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고용대박' 말 한 마디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셈이 됐다. 박 장관이 곧바로 "진중하지 못한 발언이었다"고 주워 담았지만 사태가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명목지표와 체감지표 간의 괴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당국자들의 무책임한 발언까지 겹치자 민심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최근 발표한 물가도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최근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올 들어 처음으로 3%대로 떨어졌다고 했지만 "무슨 소리냐.도저히 못 믿겠다"며 오히려 서민들의 반발을 샀다. 정부가 명목상의 물가를 낮추기 위해 '꼼수'를 부린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제기됐다.

이번주에도 최근의 민생경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표가 나온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하는 3분기 가계동향이다. 2분기에는 실질소득이 3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지만 이 추세가 그대로 유지될지 관심이다. 취업자가 증가하면서 근로소득이 늘어난 결과라고 통계청은 분석했지만 당시에도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물가상승률이 4%를 넘어서면서 가계지출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하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지수와 15일 내놓는 수출입물가지수는 교역조건의 변화를 따져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주 외환시장의 최대 이슈는 만기가 돌아오는 이탈리아 국채 60억유로의 처리방향이다. 이탈리아 의회가 재정긴축안을 가결했지만 시장의 충분한 신뢰를 얻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위기가 프랑스 등 주변국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금융시장의 관심은 국회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지 여부에 쏠려 있다. 미 의회가 한 · 미 FTA를 승인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여야간의 치열한 의견대립으로 상임위 상정 이후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설득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 1월 발효를 위해서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여야 합의가 실패할 경우 자칫 장기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심기 경제부 차장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