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업계 '적자의 늪'…생존게임 시작됐다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축으로 앞다퉈 추진해온 태양광 사업이 되레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태양광 발전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지난 3분기 들어 태양광 사업이 적자로 전환하거나 영업이익이 급락하면서 공장을 폐쇄하거나 투자를 보류하는 국내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태양광 산업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34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심리적 마지노선인 ㎏당 40달러 선이 무너진 이후 계속된 하락세다.

폴리실리콘 원가는 통상 25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연말 이후 20달러 중반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 1위인 OCI는 태양광 업황 부진과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OCI의 3분기 영업이익은 253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0.1% 감소했다. 판매량은 소폭 증가했으나 판매가는 크게 하락했다. 지난 6월 5000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힌 LG화학은 이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주요 수요처인 유럽의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폴리실리콘 시험생산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진 SK케미칼은 아예 "사업을 시작한 적도 없다"며 폴리실리콘과 거리를 뒀다. 업계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사업은 투자기간이 길고 투자금액이 크다"며 "이미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로 원가를 절감하는 선순환구조에 진입할 수 있지만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시기에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실리콘뿐만 아니라 잉곳과 웨이퍼,셀과 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사업의 전 분야가 가격 폭락에 휘청이고 있다. 태양광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넥솔론은 3분기 12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잉곳과 웨이퍼를 다루는 웅진에너지도 3분기 영업손실 59억원으로 분기 사상 첫 적자를 냈다. 태양광 업황 부진에 환차손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전자에서 태양광 셀과 모듈,에너지저장시스템 등 태양광 사업을 이관받은 삼성SDI 역시 태양광 사업 부진의 영향을 받았다. 3분기 영업이익이 전기 대비 51.8%,전년 동기 대비 65.3%로 크게 감소했다.

현대중공업은 충북 음성의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 일부를 잠정 폐쇄했다. 3개 공장 중 제1공장을 지난 6월부터 돌리지 않고 전체 가동률은 50%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시장조사업체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11개 태양광 셀 제조사 평균 가동률은 23%에 불과했다. 이 중 3개 업체는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폴리실리콘 생산기업의 90%가 이달 감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공급과잉에도 주요 외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증설이 이어지고 있어 2~3년 내에 세계 10위권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정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