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시청앞 서울광장의 빗장이 좌파 성향 단체에 잇달아 열리고 있다. 서울광장에 이어 광화문광장에서도 각종 단체의 집회가 허용될 전망이어서 시민의 도심 휴식공간이 자칫 과격시위대의 해방구로 변질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와 경찰에 따르면 13일 오후 1시부터 14건의 집회가 서울광장,시청별관 앞,보신각 등 도심 곳곳에서 열려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등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광장에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의 한 · 미FTA 반대집회 사전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금속노조 한 · 미 FTA 반대집회 사전 결의대회(오후 2시~2시50분) △민주노총 전국 노동자대회(오후 4시~5시30분) △민주노총 한 · 미 FTA 반대집회(오후 7시) 등 4건의 집회가 오후 1시부터 이어졌다. 이날 서울광장 집회는 당초 예상보다 2시간가량 빠른 오후 8시께 경찰과의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서울광장 인근 지역에서 열린 다른 10건의 집회 · 시위도 사실상 이날 전국노동자대회와 한 · 미 FTA반대집회의 식전행사 성격의 행사였다.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정치적 행사나 좌파성향 단체에 굳게 닫혔던 서울광장이 박 시장의 당선으로 활짝 열린 셈이다. 이날 1만명 이상이 참석,서울광장에서 열린 민노총의 '전태일 정신 계승! 2011 전국 노동자대회' 집회신고도 두 차례 거부당했지만 박 시장의 '결단' 덕에 통과됐다. 당초 민노총은 지난 9월14일과 10월14일 두 차례 서울시에 사용 허가를 신청했지만 서울시는 스케이트장 공사 일정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자칫 불법집회로 변질될 뻔한 이날 행사는 박 시장이 스케이트장 공사 연기를 지시해 가까스로 정식 허가를 받은 것.

지난 2일 박 시장은 서울시 정례간부회의에서 "스케이트장이 시민들로부터 광장을 빼앗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며 공사 기간 단축을 지시했다. 이에 집회 신고 접수 부서와 스케이트장 공사 주무부서가 만나 대책을 논의했고,공사 착공일이 9일에서 21일로 늦춰져 민노총도 서울광장 13일 집회를 허가받았다.

박 시장과 서울시의회는 서울광장에 이어 광화문광장 집회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완전 문호 개방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서울도심에서 대규모 집회와 시위로 인한 교통체증 등 시민의 불편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서울시의회는 광화문광장의 사용 절차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키로 하고 조례개정에 나섰다. 개정 조례안은 광장 사용 신청 절차를 '사용 신청 및 허가'에서 '사용 신고 및 수리'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에 대한 사용 신고가 들어오면 원칙적으로 모든 행사를 허용해야 한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공권력을 우습게 보는 과격시위대의 집회가 도심 한복판에서 주말마다 열린다니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이현일/김우섭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