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복지부의 구멍가게식 행정
"가습기 살균제는 본 적도,만들어 본 적도 없는데 웬 날벼락입니까. 복지부 때문에 당장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판입니다. "

보건복지부가 전량 수거에 들어갈 가습기 살균제 제품 6종의 목록을 발표한 지난 11일.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기초화장품 제조업체 에스겔화장품의 우승원 대표는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복지부는 산모들이 폐질환으로 숨을 거둔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에 있다면서 관련 제품들을 수거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회수 대상제품인 '아토오가닉'의 제조사를 이와 무관한 에스겔화장품으로 잘못 발표한 것이다. 이 회사는 가습기 살균제가 아니라 방향제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복지부는 이날 오전 11시 자료를 배포한 뒤 업체로부터 이런 사실을 듣고 저녁쯤 정정 자료를 발표했다. 그러나 회사 이름이 이미 주요 언론 매체를 통해 크게 보도된 뒤였다.

우 대표는 "국방부와 일본의 거래 업체로부터 '사람을 죽인 제품을 만든 회사 제품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다음달부터 거래를 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어떻게 정부 부처에서 제대로 된 확인도 없이 이럴 수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가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대처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적지 않다. 가습기 살균제는 그동안 연간 60만여개가 판매됐다. 시장규모도 20억원 규모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해당 품목을 의약외품이 아닌 일반 공산품으로 분류해놓고 안전성 검증을 하지 않았다. 업체 자율에 맡겼다. 그 때문에 문제의 업체들은 '이제 안심하고 가습기를 켜세요' '유럽연합(EU)의 승인을 받은 신개념 살균 성분' 등의 문구를 찍어 제품을 팔아왔다.

복지부는 처음 유해성 문제가 불거졌을 때 현장에 가서 제품실사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에스겔화장품에 따르면,복지부는 두 달여 전에 '조만간 공장을 방문하겠다'고 통보만 했을 뿐 오지는 않았다고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달 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에서 대책을 묻는 전화를 걸자 "여기가 구멍가게인 줄 아느냐.전화 좀 그만 걸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그 관계자의 말대로 복지부가 구멍가게가 아니라면 책임있는 보건행정부터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정소람 중기과학부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