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단속 손놓은 '생명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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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섭 지식사회부 기자 duter@hankyung.com
"사실상 단속 규정이 없어요. 인터넷 정자 매매는 당사자들이 부인하면 입증이 불가능해요. " 불임부부에게 정자를 파는 대리부(代理父) 실태를 고발한 보도(본지 11월12일자 A28면 참조) 이후 만난 한 일선 경찰관의 하소연이다.
"수사권이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 '온라인 쇼핑'하듯 신생아를 넘기는 불법 입양을 다룬 기사(본지 10월29일자 A22면 참조)가 나갔을 때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생명과 직접 관련되는 행위를 돈으로 사고파는 행위는 명백히 위법이다. 신생아 입양 문제든 정자 제공이든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관계 당국은 '(법규가 미비해)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기 일쑤다. 당국이 손을 놓은 사이 신생아는 아직도 팔려나가는 일이 빚어지고,때로는 위험지대로 내몰린다. 인터넷으로 불법 입양됐다가 지난 9월 젊은 양부모에게 맞아 뇌사 상태에 빠진 생후 3개월 된 아기가 대표적인 예다. 양부모가 서커스단이나 앵벌이 집단에 팔아넘기는 경우까지 있다. 더 심한 경우에는 장기매매집단에 팔려가 신장이나 안구를 적출당한다는 괴담도 있다.
정자 매매 행태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명문대생이라고 속인 뒤 불임부부에게 접근해 임신을 빌미로 성관계까지 제안하는 대리부를 인터넷상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익명의 가면 뒤에서 자신의 정자를 상품화하는 행태를 언제까지 방치해야 하나. 네이버 · 다음 등 유명 포털 카페에는 "정자를 받아갈 불임부부를 찾는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온다. 신체조건과 나이 · 학력 등을 나열하며 정자를 '세일즈'하는 데도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한다.
이런 행위는 생명윤리안전법 · 아동복지법 위반이지만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 여성가족부와 경찰의 반응을 보면 단속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관련 게시글을 모니터하거나 포털에 요청해 해당 글을 삭제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대응에 그친다. "불법이지만 돈으로 거래했다는 물증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게 내세우는 이유다.
단속 소홀만 탓할 일도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돈이면 생명이든 뭐든 다 살 수 있다'는 물질만능주의와 생명경시 풍조일지 모른다. '생명'을 사고파는 'e-세상'이 씁쓸하기만 하다.
김우섭 지식사회부 기자 duter@hankyung.com
"수사권이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 '온라인 쇼핑'하듯 신생아를 넘기는 불법 입양을 다룬 기사(본지 10월29일자 A22면 참조)가 나갔을 때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생명과 직접 관련되는 행위를 돈으로 사고파는 행위는 명백히 위법이다. 신생아 입양 문제든 정자 제공이든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관계 당국은 '(법규가 미비해)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기 일쑤다. 당국이 손을 놓은 사이 신생아는 아직도 팔려나가는 일이 빚어지고,때로는 위험지대로 내몰린다. 인터넷으로 불법 입양됐다가 지난 9월 젊은 양부모에게 맞아 뇌사 상태에 빠진 생후 3개월 된 아기가 대표적인 예다. 양부모가 서커스단이나 앵벌이 집단에 팔아넘기는 경우까지 있다. 더 심한 경우에는 장기매매집단에 팔려가 신장이나 안구를 적출당한다는 괴담도 있다.
정자 매매 행태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명문대생이라고 속인 뒤 불임부부에게 접근해 임신을 빌미로 성관계까지 제안하는 대리부를 인터넷상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익명의 가면 뒤에서 자신의 정자를 상품화하는 행태를 언제까지 방치해야 하나. 네이버 · 다음 등 유명 포털 카페에는 "정자를 받아갈 불임부부를 찾는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온다. 신체조건과 나이 · 학력 등을 나열하며 정자를 '세일즈'하는 데도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한다.
이런 행위는 생명윤리안전법 · 아동복지법 위반이지만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 여성가족부와 경찰의 반응을 보면 단속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관련 게시글을 모니터하거나 포털에 요청해 해당 글을 삭제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대응에 그친다. "불법이지만 돈으로 거래했다는 물증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게 내세우는 이유다.
단속 소홀만 탓할 일도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돈이면 생명이든 뭐든 다 살 수 있다'는 물질만능주의와 생명경시 풍조일지 모른다. '생명'을 사고파는 'e-세상'이 씁쓸하기만 하다.
김우섭 지식사회부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