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편의점서도 구입…USIM만 바꾸면 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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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월 블랙리스트制 시행
이통사 유통독점구조 해체…휴대폰 제조사, 직접 판매…해외서 산 폰도 사용 가능
MVNO 활성화에도 도움
이통사 유통독점구조 해체…휴대폰 제조사, 직접 판매…해외서 산 폰도 사용 가능
MVNO 활성화에도 도움
내년 5월부터 이동통신사 대리점뿐만 아니라 제조사 대리점이나 대형마트 편의점 등 어디서든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구입한 휴대폰에 자신의 유심(USIM · 가입자식별카드)만 바꿔 끼우면 별도로 이통사 대리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2일 열린 상임위원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동전화 단말기 식별번호(IMEI) 제도개선계획'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어디서 구입한 휴대폰(단말기)이든 유심만 바꿔 끼우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식별번호 관리제도,이른바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된다. 최성호 방통위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제조사 직영점,유통업체,온라인 판매점 등 다양한 유통망이 등장해 단말기 가격경쟁을 유발하고 소비자의 단말기 선택권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유통 마진 사라진다
그동안 국내 휴대폰시장은 높은 출고가와 복잡다단한 유통체계로 인해 많은 비판과 논란을 야기해왔다. 이통사들이 유통시장을 움켜쥐고 좌지우지하면서 소비자들은 다양한 폰을 이용할 기회를 상실했고 가격경쟁은 제한돼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했다. 이 바람에 이통사는 '슈퍼갑(甲)'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비난을 받아야 했고 휴대폰 제조사들은 이통사 요구대로 스펙을 바꿔 출시해 소비자 불만을 사곤 했다.
또 현행 폐쇄형 식별번호 관리제에서는 이통사와 제조사가 계약한 휴대폰만 유통할 수 있어 이통사 중심의 수직적 공급구조가 고착화됐고 휴대폰 판매가격이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제조사의 장려금과 이통사의 보조금이 혼재한 상태에서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중간유통상 단계에서 끊기기도 했다.
하지만 내년 5월부터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이 같은 문제들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지금처럼 이통사 대리점에 가서 IMEI를 등록할 필요가 없어진다. IMEI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어딘가에 메모해두면 된다. 휴대폰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했을 경우 이통사에 이 번호를 신고하면 폰을 습득한 사람이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제조-통신사 수평적 관계로
이통사들은 더 이상 휴대폰 제조사에 '슈퍼갑'으로 군림할 수 없다. 제조사들이 자체 유통망을 통해 본격적으로 휴대폰을 판매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경쟁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때문에 이통사는 가입자를 늘리려면 휴대폰 가격정책보다는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한 요금제나 차별화된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휴대폰 가격을 잔뜩 올려놓고 보조금이라는 '사탕발림'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마케팅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반면 휴대폰 제조사들은 이통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소비자가 선호하는 규격의 제품을 만들 수 있고 TV 냉장고 등을 판매하는 자체 유통망을 활용해 폰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통사 요구가 아니라 자사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제품 사양을 결정할 수도 있다.
이동통신 재판매 사업자(MVNO)도 기를 펼 수 있다. 지금은 이통사가 제조사와 공동 개발한 단말기만 유통할 수 있어 재고 단말기나 중고 단말기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되면 독자적으로 단말기를 수급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MVNO는 선불요금제를 포함한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어 휴대폰 요금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
◆ 블랙리스트 제도
이동전화 단말기 식별번호(IMEI) 관리제도의 하나로 분실,도난 등 문제가 있는 단말기의 식별번호만 등록해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다. 문제가 있는 단말기만 등록한다고 해서 '블랙리스트'제도라고 부른다. 등록되지 않은 단말기는 가입자 식별카드(USIM)만 꽂으면 어떤 통신사든 사용할 수 있다.
김광현 IT전문/강영연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