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로또가 된 외국인 근로자 고용
명품영화에는 항상 빛나는 조연이 있다. 최근 30~40대 사이에 인기를 끌었던 영화 '써니'에서 본드걸 상미가 없었다면,그토록 감동적인 영화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빛나는 조연은 단연 외국인근로자다. 한국인근로자 옆에서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외국인근로자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중소기업에 없어서는 안 될 조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근로자 공급은 중소기업의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일자리 잠식을 우려해 외국인근로자 도입 규모를 보수적으로 결정하다 보니,외국인근로자 수급에 불일치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올해 외국인근로자 도입규모는 4만명(제조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의 6만800명 대비 66%에 불과하다. 중소기업 인력부족률은 3.8%로 대기업(1.7%)의 두 배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올해 하반기에만 외국인근로자 공급은 3만4000여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외국인근로자 수급불일치는 많은 기현상을 발생시켰다. 외국인근로자 신청접수 전날부터 고용지원센터 앞에서 밤을 지새우는 중소기업이 있는가 하면,아르바이트를 고용해 대신 줄을 서게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외국인근로자를 배정받으면,로또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기뻐하는 중소기업도 있을 정도였다.

지난 9월 헌법재판소에서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이동을 3회로 제한'한 것에 대해서 합헌 판결을 내린 것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임의로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외국인근로자에 대해 제재조치가 미흡한 현실은 여전히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더구나 올해와 내년에 체류기간이 만료돼 출국대상인 외국인근로자가 10만여명에 달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외국인근로자 도입 규모의 대폭적 확대가 필수적이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외국인근로자 정책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기업의 사활이 좌우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합리적인 외국인근로자 공급정책을 통해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숨통을 터줘야 할 것이다.

최용식 < 中企중앙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