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5년 새 30조 늘었지만 체감 만족도는 '바닥'
복지 전달 체계의 문제점이 지적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복지 예산이 엉뚱한 곳에 쓰이거나 횡령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개선책을 내놨지만 허점은 끊임없이 드러났다. 복지 예산이 매년 급증하는 추세인데도 불구하고 국민의 체감 만족도는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복지 전달 체계의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청소 등의 잡일을 하며 손자를 키우고 있는 B씨(72)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젊어서 하던 기계가공 관련 직업을 찾기 위해 동사무소를 찾았지만 기분만 상한 채 돌아와야 했다. B씨는 "어려운 상황을 호소했으나 동사무소에서는 고용 관련 일은 안 한다며 멀리 떨어진 고용안전센터 위치만 알려줬다"며 "찾아가기 어려워 그냥 도와주면 안 되느냐고 했더니 '동사무소는 행정안전부 소속이고 고용센터는 고용노동부 소속이라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우리처럼 나이 많은 사람들이 복잡한 정책을 다 이해하며 여기저기 찾아다니긴 힘들다"며 "도움을 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공급자인 동사무소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전국 읍 · 면 · 동사무소에 복지 관련 인력은 평균 3.5명,사회복지사는 1.7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은 복지수급자에 대한 현장관리는 물론 기초노령연금 아동양육수당 등에 대한 서류 관리 작업을 해야 한다. 밀려오는 민원인도 상대해야 하고 심지어 동사무소 청소 · 환경정비도 이들 몫이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어도 정작 복지정책기획은 행정직 공무원들이 하는 사례가 많다. 한 동사무소 복지담당직원은 "잡무에 시달리다 보면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민원인에게도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에서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거나 근로 능력이 있는 기초수급자를 골라 취업으로 연결시키는 '고급 복지'는 꿈도 못 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복지예산 5년 새 30조 늘었지만 체감 만족도는 '바닥'
전달체계가 이같이 허술하다 보니 예산이 늘어나도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2004년 32조원 규모였던 복지 예산은 2007년 61조원,내년엔 92조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31개 가입국 중 △사회적 안전 26위 △경제적 안전 29위 △분배 23위 △빈곤율은 24위를 기록(2008년 기준)했다. 모두 최하위권이고 순위는 점점 하락하는 추세다. 복지 예산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통합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앙 부처에 흩어져 있는 복지정책 기능들이 지역 현장에선 하나로 통합돼야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이 부처별로 중구난방으로 지자체에 전달되고 지자체에서는 인력 부족과 시스템 미비로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어려운 사람들은 동사무소를 찾아도 제대로 된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영종 경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이 동사무소만 들러도 '원스톱'으로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며 "지자체 현장에 각 부처가 만든 정책을 통합 관리해서 국민에게 제공하는 통합서비스센터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